[북미회담 D-1] "역사적 북미회담 유치한 베트남, 親美로 더 기울 가능성"
1995년 국교 정상화 후 美·베트남 교역 급팽창하며 관계 개선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하는 中과는 관계 썩 좋지 않아
SCMP "베트남 북미회담 장소로 택한 美에 베트남인 친밀감 느껴"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하노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이 그렇지 않아도 친미 성향을 드러내는 베트남을 미국 쪽으로 더욱 기울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1954년부터 1975년까지 이어진 베트남전쟁에서 200만 명의 민간인과 110만 명의 북베트남 군인, 베트콩이 사망했지만, 종전 후 미국에 대한 베트남의 적대감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베트남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덕분에 미국에 대해 원한을 품을 이유가 별로 없었고, 종전 후 미국과 관계는 예상보다 빨리 개선될 수 있었다.
1986년 베트남 공산당 제6차 대회에서 개혁개방 정책인 '도이머이'(doimoi)를 채택한 베트남은 이후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길 원했고, 미국과 관계 개선이 그 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길 바랐다.
1995년 미국과 베트남은 국교를 정상화했고, 이후 양국의 교역은 폭발적으로 성장해 100배 넘게 증가했다. 2017년 양국 교역액은 540억 달러를 넘어섰고, 이는 지난해 베트남이 7%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지난해 3월에는 베트남전 종전 후 43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항공모함 전단이 베트남 다낭에 기항해 5일간 양국 해군 간 우의를 다지는 다양한 행사를 펼치기도 했다.
반면에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과 중국의 사이는 썩 좋지 않은 편이다.
베트남은 1979년부터 1991년까지 중국과 수차례 국경 분쟁을 겪었고, 1991년 관계 정상화 후에도 남중국해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남중국해는 석유와 가스 등 대규모 천연자원이 매장돼 있고 연 해상 물동량이 3조∼5조 달러에 달해,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주변국이 자원 영유권과 어업권 등을 놓고 끊임없이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인공섬에 군사시설을 세우고 비행훈련 등을 하며 이 해역을 실질적으로 점유한다는 전략을 펴지만, 베트남의 힘만으로 이에 맞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14년 중국이 남중국해에 원유 시추 설비를 설치했을 때는 베트남 전역에서 격렬한 항의시위가 발생해 중국인 2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에 많은 베트남인은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 등을 펼치며 중국을 견제하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이다.
하노이의 한 택시기사는 "항상 베트남을 괴롭혀온 중국이 이제 미국의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며 "중국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괴롭힘을 당하는 우리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 베트남인들은 조사 대상의 10%에 그쳤다. 반면에 미국에 호의적인 반응은 84%에 달했다.
이제 베트남 땅에서 역사적인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됨으로써 베트남인들은 미국에 더욱 호의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SCMP는 진단했다.
SCMP는 "베트남인에게 미국과 갈등은 과거의 일이지만, 중국의 팽창주의는 현존하는 위협"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베트남을 선택했다는 것은 베트남을 그만큼 신뢰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에 힘입어 양국 관계는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