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대주교, 펠 추기경 아동 성학대 유죄에 "호주 법 존중"
호주주교회의 의장 "피해자 위해 기도"…교황청은 아직 무반응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교황청 내 서열 3위인 조지 펠(77) 추기경이 과거 호주에서 저지른 아동 성 학대 혐의로 유죄평결을 받은 가운데, 호주 가톨릭 최고 결정기구의 의장이 이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호주 주교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브리스번 대교구의 마크 콜리지 대주교는 26일(현지시간) 로마에서 "펠 추기경의 유죄평결은 호주와 세계의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면서도 "호주 주교들은 모든 사람이 법 앞에서 평등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며, 호주 사법 체계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콜리지 대주교는 지난 24일 폐막한 교황청의 미성년 보호회의에 호주 가톨릭을 대표해 참석한 뒤 현재 로마에 머물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호주를 비롯해 미국, 칠레, 독일, 아일랜드 등 서구 사회 곳곳에서 성직자가 과거에 미성년자들을 상대로 저지른 성 학대 행위가 속속 드러나면서 가톨릭교회의 신뢰성이 흔들리자 지난 21∼24일 전 세계 주교회의 의장과 수도회 대표 등 고위 성직자들을 바티칸으로 불러모아 미성년 성 학대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바 있다.
콜리지 대주교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호주의 주교들은 호주 사법 절차를 통해 정의가 실현되기 바란다"며 이는 펠 추기경의 항소심에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펠 추기경은 이번 판결에 항소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아울러 "우리는 (성직자들에 의해 성적으로)학대를 당한 모든 이들과 그들의 가족과 친지를 위해 기도하는 한편, 심기일전해 교회가 특히 젊은이들과 연약한 자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이날 기자들로부터 질문은 받지 않았다.
한편, 교황청은 펠 추기경의 유죄 평결에 대해 아직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펠 추기경은 지금까지 아동 성범죄로 유죄평결을 받은 가톨릭 성직자 가운데 최고위직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측근으로 교황청에서 교황과 국무원장에 이어 서열 3번째로 여겨지는 재무원장직을 맡고 있는 펠 추기경은 과거 소년 성가대원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호주 빅토리아주 카운티 법원의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평결을 받았다.
앞서 호주 검찰은 1996년 말 성 패트릭 성당에서 미사가 끝나고 성찬식 포도주를 마시던 13살짜리 성가대원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펠 추기경을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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