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변인'의 딸 유럽의회서 佛출신 의원 인턴으로 근무"

입력 2019-02-26 18:28
"'푸틴 대변인'의 딸 유럽의회서 佛출신 의원 인턴으로 근무"

일각, 기밀정보 유출 우려…해당 의원 "기밀서류 접근 못해"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입'으로 불리는 크렘린 대변인의 딸이 유럽의회에서 프랑스 출신 의원의 인턴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기밀이나 민감한 정보의 유출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고, 해당 의원은 인턴은 기밀서류에 접근할 수 없으며 비공개회의에도 참석하지 않는다면서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맞서고 있다.

앞서 미국 의회의 재정지원을 받는 '자유유럽방송'(RFE·RADIO FREE EUROPE)은 25일(현지시간)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의 딸인 엘리자베타 페스코바가 프랑스 출신 에므릭 쇼프라드 의원의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쇼프라드 의원은 유럽의회 외교위원회 소속으로 안보·국방소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쇼프라드 의원은 지난 2014년 프랑스의 마린 르 펜이 이끄는 극우 정당 '국민전선'(NF) 소속으로 유럽의회 의원에 당선됐으나 이후 탈당해 지금은 무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페스코바는 작년 11월에 쇼프라드 의원 밑에서 인턴을 시작했고, 쇼프라드 의원의 임기가 끝나는 올해 4월까지 일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쇼프라드 의원은 AFP 통신 인터뷰에서 프랑스에서 법학을 공부하다가 자신의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페스코바는 기밀서류에 접근할 수 없고, 비공개 토론이나 자신이 속한 EU·러시아의원단의 일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의회 대변인도 "사실상 쇼프라드 의원 자신도 기밀서류에 접근한 적이 없다"며 페스코바의 인턴 채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쇼프라드 의원을 편들었다.

그러나 프랑스 사회당 소속인 크리스틴 르보 달론느-본느프와 유럽의회 의원은 AFP 통신에 "정말 충격적이다. 크렘린 대변인의 딸은 단순한 보통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유럽의회에서 그를 인턴으로 고용한 것을 승인한 것도 놀랍다"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쇼프라드 의원이 그동안 '친(親)러시아 성향'을 보여온 점도 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유추된다.

그는 지난 2014년 러시아가 당시 우크라이나 소속이었던 크림반도를 자국으로 편입할 때 러시아 국민투표의 옵서버로 활동했다.

그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크림지역이 역사적으로 러시아 소속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며 유럽의회의 공식 입장과 다른 주장을 내놓았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로 병합했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더욱이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둔 시점에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 러시아가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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