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현대차·모비스에 첫 주주제안…8조3천억 고배당 요구(종합)
사외이사 5명 추천…현대차 5.8조원·모비스 2.5조원 배당 요구도
현대차·모비스 이사회, 제안 모두 반대…주총서 표대결 예고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윤보람 기자 =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에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비현실적인 고배당을 요구하는 등 주주로서 압박에 나섰다.
엘리엇이 주주총회 안건으로 주주제안을 낸 것은 지난해 4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3사의 지분을 인수한 이후 처음으로 표대결이 예상된다.
26일 현대차[005380]와 현대모비스[012330]에 따르면 엘리엇은 다음 달 22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의 주주제안으로 사외이사 후보 5명(현대차 3명, 현대모비스 2명)을 추천하고 주당 2만원대의 배당을 요구했다.
반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이사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후보를 확정해 주총에서 엘리엇의 추천 이사와 표대결이 이뤄지게 됐다.
엘리엇은 현대차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존 Y. 리우 베이징사범대 교육기금이사회 구성원 및 투자위원회 의장과 로버트 랜달 맥이언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 마거릿 S 빌슨 CAE 이사 등 3명을 제안했다.
이에 현대차 이사회는 "후보자들의 업무 경력 등을 검토하고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전문성과 다양성 등의 관점에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자가 더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있다"라며 반대했다.
현대차는 우선 리우 의장에 대해서는 "ICT 분야 경력이 통신사업 부분에 집중돼 현재 현대차가 구상하고 있는 자동차 관련 ICT 사업분야에 대한 적합성을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고 밝혔다
맥이언 회장에 대해서는 "수소연료전지를 개발, 생산, 판매하는 회사의 회장으로 당사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놓일 수 있는 경쟁사"라며 "따라서 경쟁사 임원을 겸임하는 경우 잠재적인 이해상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라고 반대했다.
빌슨 이사에 대해서도 "경력 전문성이 항공산업에 국한된 반면 자동차 산업에 대한 경력이 확인되지 않아 당사의 사업전략에 대한 적합성이 확인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엘리엇은 현대차에 기말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만1천976원(총 4조5천억원)의 배당을 제안했다. 이는 지난 5년간 배당총액을 넘는 금액이며 우선주 배당금을 포함하면 배당총액은 약 5조8천억원에 이른다.
이에 현대차는 이런 배당규모는 지난해 순이익을 큰 폭으로 초과하는 것이라며 주주들에게 주당 3천원의 배당에 동의해달라고 요구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주당 2만원대의 배당은 터무니없는 요구"라며 "향후 투자 확대 등을 고려하지 않은 일시적인 대규모 현금유출은 미래 투자의 저해 요인으로 주주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에도 로버트 앨런 크루제와 루돌프 윌리엄 폰 마이스터 등 2명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하자는 안건을 제안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다른 이사회 추천 후보를 확정했다.
현대모비스는 "회사 측에서 사외이사로 추천한 후보들이 미래차 부문의 경영 및 기술 분야와 투자·재무 분야에서 단연 글로벌 최고 전문가들이라는 판단에 따라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엘리엇이 보통주 1주당 2만6천399원, 우선주 1주당 2만6천449원 등 총 2조5천억원의 배당을 제안한 것에도 반대하며 주당 4천원 계획을 지지해달라고 주주들에게 요청했다.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부품산업의 공급망 안전을 위해 약 3조5천억원 수준의 안전현금 보유가 필수"라며 "불확실한 경영환경과 변화하는 미래차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앞으로 3년간 4조원 이상의 투자가 불가피한 점을 고려하면, 2조5천억원의 대규모 현금배당은 회사의 미래경쟁력 확보를 저해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시킬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이사회에서 지난해 주당 3천500원이었던 배당금을 4천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배당총액은 3천788억원으로, 작년 잉여현금흐름의 25% 수준이다. 이 경우 20.1% 정도의 배당성향을 유지하게 되며 앞으로 3년간 예상 배당금 규모는 총 1조1천억원이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자사주 매입과 기존 보유 자사주 소각 계획도 의결했다. 앞으로 3년간 총 1조5천억원 규모다.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주주 환원을 압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엘리엇은 작년 4월 현대차그룹에 배당지급률을 순이익 기준의 40∼50%로 개선하는 명확한 배당금 정책을 마련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그해 9월과 11월에도 잇달아 현대차그룹에 서신을 보내 주주 배당 확대를 촉구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5월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 처리를 위한 주주총회를 예고했으나 엘리엇 등의 반대로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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