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중병, 이전 직장업무와 관련" 18년 만에 산재 인정

입력 2019-02-26 17:26
"갑작스러운 중병, 이전 직장업무와 관련" 18년 만에 산재 인정

부산고법, 1심 판결 깨고 '업무·골수 질환 치료과정 연관성' 판단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직장생활을 더이상 하기 힘들 정도의 갑작스러운 중병에 걸린 근로자가 이전 직장에서 얻은 질병이 원인이 됐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부산고법 행정2부(박종훈 부장판사)는 이모(57)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이씨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1988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입사해 도장 작업을 하던 이씨는 1991년 골수이형성증후군 진단을 받고 이듬해 퇴직했다.

골수이형성증후군이란 건강한 혈액세포를 충분히 만들지 못하는 골수 질환을 말한다.

한동안 일을 쉰 이씨는 1998년 다른 직장에서 근무하다가 혈액 공급이 충분치 못해 고관절에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무혈성 괴사 진단까지 받았다.

더이상 일을 하기 어려워진 이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2001년 근로복지공단에 고관절 무혈성 괴사에 대한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업무와 연관성이 없다며 불승인 처분을 받았다.

2002년 이씨는 법원에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마찬가지로 질환과 업무의 상관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2004년 기각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씨는 11년 뒤인 2015년 다시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1991년과 2000년 각각 진단받은 골수이형성증후군과 고관절 무혈성 괴사에 대해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씨가 현대정공 등에서 4년 6개월간 도장 작업을 하며 벤젠 등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점을 근거로 골수이형성증후군 발병이 업무 관련성이 있어 요양급여 신청을 승인한 반면 고관절 무혈성 괴사는 업무 관련성이 낮다며 불허했다.

이씨는 울산지법에 고관절 무혈성 괴사에 대한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하고 부산고법에 항소했다.

부산고법은 "이씨의 고관절 무혈성 괴사 질환은 앞서 진단받은 골수이형성증후군과 치료 약물 사용으로 인한 혈액 응고 이상 가능성이 있다"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은 골수이형성증후군 치료과정에서 고관절 무혈성 괴사가 발생했으므로 고관절 무혈성 괴사와 업무(도장 작업)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원고 승소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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