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ublic of Korea' 처음으로 쓰인 외교문서 英서 발굴
한미클럽, 英국립보존기록관서 확보…임정이 英정부에 보낸 독립청원 서한
"대한민국은 엄연한 독립국가" 강조…해외서 독립호소 기록 생생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우리나라의 국호인 대한민국의 영문 명칭인 'the Republic of Korea'가 처음으로 등장한 외교문서의 존재가 26일 확인됐다.
해당 문서는 1919년 3.1 운동을 계기로 설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영국 정부에 보내 공식 회람절차를 밟은 독립청원 서한으로서, 사료(史料)로서의 가치가 매우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미 특파원 출신 언론인 단체인 한미클럽(회장 이강덕)은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소속 제임스 퍼슨 교수와 함께 영국 국립보존기록관(TNA)에서 이러한 외교문서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문서에 따르면 1919년 3.1 운동이 일어난 지 약 2개월 후인 5월 24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소속 김규식 선생이 '대한민국' 국호를 사용한 독립 청원 서한을 당시 영국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 수상에게 전달했다. 영국 정부는 같은 달 30일 이를 접수했다.
당시는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 평화체제를 논의하는 파리평화회의가 한창 진행되던 시점이었다. 김규식 선생은 민족 대표로 이 회의에 파견됐다. 그는 이후 임시정부의 입법기관 격인 임시의정원 국무위원과 부주석을 지낸 인물이다.
김규식 선생은 서한의 첫 장 앞부분에 자신의 소속을 소개하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표단'(the Delegation of the Provisional Government of the Republic of Korea)이라고 명기했다.
여기서 쓰인 대한민국의 영문 국호는 외교문서에서 최초로 등장한 것이라고 한미클럽은 밝혔다. 서한에는 대한민국이 엄연한 독립 국가임을 강조한 임시정부 이승만 대통령의 뜻을 파리평화회의에서 환기해달라는 당부가 담겼다.
파리평화회의가 새로운 대한민국과 임시정부를 한국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정통성 있는 정부로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또 임시정부는 일본의 지배에 항거한 3.1 운동의 결과로 설립됐으며, 국제적 합의나 약속, 계약은 임시정부를 통하지 않을 경우 한국민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클럽이 발굴한 영국 정부 외교문서 중에는 1919년 4월 초순 미국에서 조직된 독립운동단체인 대한인국민회(Korean National Association) 회장으로 있던 도산 안창호 선생이 로이드 조지 수상에게 보낸 전문도 있다.
안창호 선생은 이 전문에서 김규식 선생을 파리평화회의의 한국 대표로 인정해줄 것과 민족자결주의 원칙에 따라 한민족의 독립이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에 첨부된 영국 정부 문서에는 '한국 문제를 회의에 상정할 수 없으며 한국에 귀를 기울이면 일본을 자극할 수 있다'는 내용의 내부 의견서가 첨부돼 냉혹한 국제질서의 일단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한미클럽은 이와함께 영국 정부가 대한인국민회로부터 전달받아 로이드 조지 수상에게 보고한 '3.1 독립선언문' 영어본과 첨부된 관련 서한도 확보해 공개했다.대한인국민회는 로이드 조지 수상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3.1 독립선언문이 한국어와 영어로 작성됐으며 이 가운데 영어본을 임시정부가 있는 중국 상하이에서 인편으로 전달받아 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한은 "3.1 독립선언문에는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나 자주독립을 쟁취하려는 2천만 한국민의 생각과 염원이 담겼다"고 썼다. 그러면서 "한국은 유능한 인물들로 구성된 임시정부를 설립했으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공화국 형태의 정부를 설립할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독립선언문과 서한은 파리평화회의에 참석한 로이드 조지 수상의 비서를 통해 접수됐다.
이밖에 김규식 대표가 영국 정부를 통해 파리평화회의 의장인 프랑스의 조르주 클레망소에게 보낸 1919년 6월 11일자 서한도 한미클럽에 의해 공개됐다.
서한은 ▲ 민족자결권과 임시정부 인정 ▲ 한국 문제의 파리평화회의 상정 ▲ 대일(對日) 관계 재정립 등의 요구사항을 담았다.
한미클럽 측은 "영국 정부가 보관 중인 3.1 운동 관련 외교문서를 얻고자 오래전부터 퍼슨 교수와 함께 TNA를 상대로 논의를 진행해왔으며 최근에서야 관련 문서를 넘겨받았다"고 밝혔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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