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₂ 증가로 해양 구름층마저 제역할 못하면 '재앙'
기후모델로는 예측 안 됐던 부분…온실가스 온난화에 더해 8도 더 높여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햇빛을 우주로 반사해 지구의 온실 효과를 완화해주는 역할을 해온 해양 층운(層雲)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CO₂)가 늘어나면서 붕괴하거나 아예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현재의 기후모델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온실가스 집적에 따른 온난화에 더해 지구 평균기온을 8도가량 더 오르게 할 것으로 전망됐다.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환경과학공학 타피오 슈나이더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아열대 대양 위 대기권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을 만들어 CO₂ 양에 따른 구름의 움직임을 연구했다.
그 결과, CO₂ 양이 1천200ppm을 넘어서자 구름층이 불안정해지면서 사라지면서 온난화가 급격히 진행됐다.
현재 CO₂ 농도는 410ppm으로 계속 오르는 중이며, 지금과 같은 화석연료 사용 추세가 이어진다면 다음 세기 초에 1천200ppm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양층운 붕괴로 지구 평균기온이 8도 급등하면 극지방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10m가량 오르게 된다.
과학자들은 인류가 산업화 이후 1도 상승만으로도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고 파리 기후협약의 목표도 상승 폭을 2도로 제한하려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해양 층운 붕괴로 기온 상승이 절반만 이뤄져도 인류는 대처 능력을 잃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해양 층운은 아열대 대양의 20%가량을 덮고 있으며, 캘리포니아나 페루 연안 등 대양 동쪽 지역에 주로 형성돼 있다. 태양 빛을 우주로 반사해 지구 표면에 그늘을 만들고 기온을 식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양 층운이 사라진 뒤 평균 기온이 급등하는 것도 이런 기온 완화 역할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신생대 제3기 에오세(始新世) 때 북극의 얼음이 녹은 현상에 대해서도 답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
북극은 약 5천만년 전 얼음이 모두 녹아 악어가 살 정도였던 것으로 지질기록에 나타나 있다. 기존 기후모델로는 이런 정도로 온난화가 진행되려면 CO₂ 농도가 4천ppm 이상으로 치솟아야 하지만 당시는 2천ppm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돼 고(古)기후학의 수수께끼가 돼왔다.
에오세 때 해양 층운의 파괴로 인한 기온이 급등하는 점까지 적용하면 당시의 북극 기후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런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 최신호에 실었다.
슈나이더 교수는 보도자료를 통해 "기술적 변화가 탄소배출을 둔화시켜 CO₂가 그런 수준을 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며, 그렇게 희망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 연구결과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기후변화의 위험한 한계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수석 연구원이자 새로운 기후변화 모델을 구축 중인 '기후모델 연합(CliMA)'을 이끄는 슈나이더 박사는 "이번 연구가 기후모델의 맹점을 드러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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