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찬 "롤모델은 남진, '뽕끼' 덜어내는 게 숙제죠"

입력 2019-02-26 11:40
김수찬 "롤모델은 남진, '뽕끼' 덜어내는 게 숙제죠"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가수 장윤정이 '트로트 예능인' 시대를 열어젖힌 지 10여 년이 지났다. 흥 넘치는 홍진영을 필두로 여러 후배가 탄생하며 트로트는 젊은층도 즐기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이에 힘입어 홍진영 소속사 뮤직K엔터테인먼트는 트로트 신인을 발굴해냈다. 1994년생 김수찬이 주인공이다.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난 김수찬은 직접 화장한 뽀얀 얼굴이 어색하지 않냐며 웃어 보였다.

김수찬이 처음 대중 앞에서 마이크를 쥐기는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10년. 담임 선생님 결혼식장에서 남진의 '둥지'를 멋들어지게 부른 일을 계기로 인천청소년가요제에 나가 대상을 받았다. 그해 여름 KBS '전국노래자랑'에선 최우수상까지 꿰찼다.

"'전국노래자랑'이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에서 열렸어요. 엄마랑 하루 전날 기차 타고 내려가서 찜질방에서 자고 참석했죠. 하도 긴장했더니 엄마가 '네가 최우수상 받을 거야. 앙코르 무대라고 생각하고 편안하게 해'라고 다독여주셨어요. 우연히 그 무대를 본 SBS 작가님들이 연락을 주셔서 추석 특집 예능에 나갔는데, 그걸 또 남진 선생님 따님이 보신 거예요. '아빠, 노래를 기가 막히게 따라 하는 아이가 있다'고 말씀해주셨고, 그 인연으로 남진 선생님을 만나게 됐죠."

이후 김수찬은 2년간 남진 콘서트 게스트로 활약했다. 여느 아이돌 연습생들과 달리 실전 무대에서 기량을 갈고 닦은 것이다. 김수찬은 이때를 "무대를 대하는 자세를 배운 기간"이라며 "무대 위 남진 선생님이 그렇게 섹시해 보일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김수찬은 2012년 첫 싱글 '오디션'을 냈지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는 2014년 JTBC '히든싱어' 남진 편에 출연하면서부터였다. 전국 행사장을 다니고 KBS '가요무대'와 '아침마당'에도 종종 나갔다. 그러다 지난해 연말 뮤직K엔터테인먼트에 합류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데뷔하는 걸 말리던 남진은 그제야 "네가 갈고닦은 실력을 맘껏 펼치라"며 격려했다고 한다.

남진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냐고 묻자 김수찬은 "사부님이자 멘토, 롤모델"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번에 제 신곡 제목이 '사랑의 해결사'인데요. 아직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직업 특성상 성인이 되고 나서는 제대로 된 연애를 하기 힘들었거든요. 그때 남진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한국전쟁을 겪지도, 일본강점기를 살지도 않았더라도 트로트를 부를 땐 그때 감성을 표현해야 할 순간이 있다고요. 경험하지 않은 감정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죠. '노래란 연기다. 배우들이 경험해봐서 살인자 연기를 하는 게 아니듯이, 가수도 대중을 설득하기 위해 노래로 연기를 해야 한다'고 늘 가르쳐주셨어요."

트로트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뽕끼'를 좋아한다. 저는 창법에 뽕끼가 하도 많아서 덜어내는 게 숙제"라고 웃으며 말했다.

김수찬은 대중도 행복하게 만들고 자신도 행복한 가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전통 트로트는 물론 다양한 장르도 섭렵할 계획이다.

"무대에 서는 게 정말 행복해요. 트로트를 포기하고 중간에 다른 길로 샐 일은 없을 거예요. 남진 선생님, 이미자 선생님처럼 오래오래 앞만 보고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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