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컨벤션 효과…한국당 전당대회 흥행 '빨간불'
박근혜·탄핵·5·18 등 과거 붙잡혀 투표율 저조
"이대로 가다간 내년 총선도 진다"…당내 불안감 고조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자유한국당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2·27 전당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전대 흥행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지표로 간주된 당원 선거인단 최종 투표율은 평년 수준인 24%대에 그쳤다.
전대 초반 당권 주자들이 치열한 경합을 펼치며 주목도를 높임에 따라 당 지지율을 끌어올렸지만, 이와 같은 컨벤션 효과는 거기까지였다.
정치권에선 애초 전대 날짜가 2차 북미정상회담(27∼28일)과 겹친 탓에 흥행 부진을 우려한 바 있다.
그런 환경에서 강행된 전대는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당성 논란에 이어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이 제기되고 일부 의원의 '5·18 모독' 논란이 지속하며 기대만큼의 컨벤션 효과를 당에 안기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홍준표 전 대표 등 전대 초반 열기를 높인 당권 주자들이 출마를 철회하고 황교안 후보가 선거운동 기간 내내 '대세론'을 지킨 것도 전대 흥행에 악재가 됐다.
후보 간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기대하던 당 지지층의 관심도가 꺾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당 안팎에선 이번 전대를 놓고 '한국당이 과거 퇴행적으로 역주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 2년 가까이 흘렀지만 한국당의 시계는 아직 '탄핵'에 멈춰있다는 것이다.
2020년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새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당의 필승 전략과 미래 비전, 나가가 현 정부를 강력히 견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놓고 찬반이 갈려 바른정당으로의 분당 사태에 이른 2년 전 새누리당(옛 한국당)에서 한국당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음을 의미한다는 분석으로 연결된다.
당권 주자들은 일제히 '미래를 위한 통합'을 내세웠지만, '과거에 대한 갈등'을 거듭한 모양새다. 급기야 한국당 전대가 '극단적 우경화'로 얼룩졌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많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된다고 해도 2017년 대선과 작년 6·13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한 '악몽'이 내년 총선에서도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각이 벌써부터 당 안팎에서 맴돈다.
한 부산·경남(PK) 지역 의원은 26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전대 과정에서 5·18 모독 논란, 태블릿PC 조작설이 떠오르는 것을 보며 부끄러움을 느꼈다"며 "하지만 이런 우경화를 막는 당내 개혁 세력조차 기능을 상실한 채 모두 구경꾼이 됐다"고 토로했다.
당 일각에선 '전대 이후가 더 문제'라는 말도 공공연히 나온다.
만약 투표율 저조로 '태극기 부대' 등 조직표가 승부를 가를 경우 선거의 대표성이나 우경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 지지율과 당원 선거인단 투표가 다른 결과를 낳았을 때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좁히는 것이 새 지도부의 첫 번째 과제라는 지적도 있다.
당 관계자는 "새 지도부는 출범 직후부터 탄핵과 태블릿PC 조작설에 대한 대답을 요구받을 것이고, 이에 잘 대처하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과 PK에서마저 다 진 뒤 'TK(대구·경북) 자민련'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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