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패카드 또는 블루오션…재도약 노리는 오디션 예능들

입력 2019-03-02 08:00
불패카드 또는 블루오션…재도약 노리는 오디션 예능들

엠넷 '고등래퍼3'·'프로듀스 X 101'과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답보 상태인 오디션 예능계에 모처럼 화력 세고 독특한 라인업이 등장하면서 다시 한번 붐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17년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2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KBS 2TV '더 유닛', JTBC '믹스나인', MBC TV '언더 나인틴'과 '킬빌' 등 다양한 오디션이 줄을 이었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그러나 엠넷 '고등래퍼' 시즌3와 '프로듀스 101' 네 번째 시즌,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등 올 상반기 예고된 프로그램들은 전례로 보나 스케일로 보나 기대를 모은다.



◇ 10대 힙합과 보이그룹은 필승카드…엠넷의 자신감

2017년 첫 방송 때만 해도 비웃음 반, 무관심 반이었던 엠넷 '고등래퍼'는 양홍원, 최하민, 조원우 등 뛰어난 실력의 래퍼들을 발굴하면서 '쇼미더머니' 못지않은 화제성을 낳았다.

이듬해 시즌2 오디션장에는 양홍원을 상징하는 십자가 귀걸이를 단 학생들이 줄지어 나타나 막강한 영향력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시즌2 역시 김하온, 이로한, 이병재 등 우승자들이 유수의 힙합 레이블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김하온은 자신만의 철학적인 가사를 녹인 랩 실력을 자랑하며 10대의 우상이 됐다.

덕분에 최근 시작한 시즌3는 방송 전부터 뜨거웠다. 지난 시즌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참여 폭을 넓힌 덕분에 참가자도 급증, 무려 1만명이 몰렸다.

첫 방송 시청률도 1.5%(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로 지난 시즌 최고 기록을 돌파했다. 하선호, 김효동, 김민규, 양승호, 오동환, 강민수, 권영훈 등 탄탄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실력을 보여준 출연자들이 계속 화제가 된다.



'고등래퍼3' 열기는 다음 달 시작할 '프로듀스 X 101'이 잇는다. 특히 이번에는 다시 보이그룹 선발 시즌이다. 시즌2를 통해 막강한 팬덤을 구축했던 워너원이 활동을 종료한 가운데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낳는다.

'프로듀스 101'과 이밖의 여러 오디션 예능을 통해 보이그룹을 향한 여성 팬덤의 화력은 모두가 확인했다. 내가 좋아하는 연습생을 데뷔시키기 위한 자발적 옥외 광고부터 언론을 상대로 한 '메일 홍보'까지, 상상을 뛰어넘는 힘이었다.

여기에 엠넷과 안준영 PD 특유의 긴장감 넘치면서 감동도 있는 스토리텔링 방식 연출이 더해지면 시즌 누적에 대한 피로감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듀스 X 101'은 연예 매니지먼트사에 소속된 연습생 외에 개인 연습생도 대거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인력 풀'이 좁아지는 것을 고려, 최대한 반경을 넓히려는 시도로 보인다. 개인 연습생이 데뷔하면 프로젝트 그룹 활동 시 소속사와의 갈등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엠넷은 이번 시즌 데뷔 그룹의 계약 기간을 5년까지 늘렸다.

엠넷 측은 2일 "혼자서 음악을 하고 즐겨온 10대들은 거의 다 '고등래퍼'에 지원했다고 이야기할 정도"라며 "'프로듀스 101' 시리즈도 대형 기획사 연습생이 아니더라도 방송을 통해 팬층을 확보하고 데뷔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제시, 매 시즌 우수한 지원자가 모인다. 올해도 화제성과 완성도가 뛰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 100억 트로트 시장에 뛰어들다…TV조선 '미스트롯'

아예 블루오션으로 눈을 돌린 곳도 있다. TV조선은 최근 트로트 장르에 국한한 오디션 예능 '내일도 미스트롯'을 선보였다.

트로트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스타들은 한해 추정 수입만 100억원에 달한다. 제작진은 익숙하면서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던 시장에서 오디션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특히 TV조선은 다른 비지상파 채널과 비교하면 시청자 연령층이 높은 편인데, 최근에는 실력 있는 지상파 PD들을 영입해 '연애의 맛', '아내의 맛' 등 트렌디한 프로그램으로 젊은 시청자들까지 끌어모으는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미스트롯'은 트로트에 친숙한 기존 시청자와, 오디션에 흥미 있는 젊은 시청자들을 함께 공략할 수 있는 아이템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맛 시리즈'를 연달아 히트시킨 서혜진 제작국장이 이번에도 총괄기획을 맡아 장윤정을 MC로 섭외하는 데 성공했고, 10대부터 직장인, 현역 가수까지 참가자 스케일도 만만치 않다.

첫 방송 이후 10대 참가자들은 톡톡 튀는 매력으로, 중년층 참가자들은 인생사가 녹아든 호소력 짙은 가창력으로 시청자의 눈을 붙들며 시청률이 단숨에 5%대를 기록했다.

장윤정의 십년지기이자 '우지마라'의 주인공 김양과 패기 넘치는 10대 도전자들이 화제가 되는 데 성공하며 시청률은 물론 온라인 실시간 검색어도 장악했다.

서 국장은 프로그램 기획 의도에 대해 "첫 번째는 트로트로도 오디션을 할 수 있다는 것, 두 번째는 젊은 친구들도 이렇게 많이 이 장르에 도전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웃음과 눈물이 다 있다는 것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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