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성범죄·경찰 유착에 조폭까지…'버닝썬' 의혹 눈덩이

입력 2019-02-26 10:14
수정 2019-02-26 10:36
마약·성범죄·경찰 유착에 조폭까지…'버닝썬' 의혹 눈덩이

폭행사건이 발단…강남서 수사 배제·약물범죄 단속 '뒷북' 논란

경찰, 수사권 조정에 '불똥' 노심초사…"의혹 안 남게 철저히 수사"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 측이 미성년자 출입사건 무마를 위해 경찰관에 돈을 건넨 정황이 드러나며 논란이 날로 커지고 있다.

당초 단순 폭행 사건으로 시작한 버닝썬 사건은 클럽 내 마약류 투약과 유통, 성범죄, 경찰 유착 등으로 의혹이 계속 번지는 모양새다.

이에 경찰은 유착 의혹이 불거진 서울 강남경찰서를 수사 주체에서 배제하고 약물 이용 범죄 집중단속에 나섰으나 경찰관의 금품수수 정황이 드러난 뒤에야 '뒷북' 조처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버닝썬 논란, 직원-손님 폭행 사건이 발단

버닝썬 사태는 손님 김모(28) 씨가 지난해 11월 24일 이 클럽에서 폭행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가 도리어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처음 불거졌다.

김씨는 버닝썬 내에서 직원에게 억지로 끌려가는 여성을 보호하려다가 클럽 이사인 장모 씨에게 폭행당했고, 이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자신을 입건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은 "김씨가 현장에서 다른 클럽 직원을 폭행하고 쓰레기통을 발로 차는 등 난동을 부려 부득이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경찰관이 김씨를 폭행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김씨 주장처럼 클럽 직원에게 끌려나가는 여성이 있었던 정황은 현재까지 파악되지 않았다.

김씨를 폭행한 혐의(상해)로 입건된 장 씨는 경찰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 "김씨가 손님들을 추행해서 시비 끝에 폭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폭행 사건 직전 클럽에서 여성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다.

또 경찰은 버닝썬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하던 중 김씨가 이 클럽에서 여성들을 성추행한 정황을 추가로 발견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정황이 드러나면서 강남서는 김씨와 관련한 폭력 사건과 성추행 사건 등을 모두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넘기게 됐다.



◇ 클럽 내 마약류 투약…'물뽕' 이용한 성범죄 논란도

폭행 논란은 클럽 내 마약 투약·유통과 성범죄로 옮겨붙었다.

클럽 운영진의 묵인 아래 각종 마약류가 유통되고 있으며 특히 GHB를 이용한 성범죄가 빈번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GHB는 데이트 상대를 성폭행할 목적으로 몰래 음료에 타는 식으로 사용되며 '물뽕'이라는 은어로 불린다.

수사에 착수한 광역수사대는 마약류 투약·소지 등의 혐의로 버닝썬 직원 조모씨를 구속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경찰은 마약류 유통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클럽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또 버닝썬에서 손님을 유치하고 클럽에서 수수료를 받는 MD로 활동한 일명 '애나'로 불리는 중국인 여성의 마약 투약·유통 의혹과 관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결과가 나오는 대로 추가 소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아울러 경찰은 이와 별개로 버닝썬 내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사성행위 동영상과 관련 유포 경로 등을 수사하고 있다.





◇ 미성년자 출입사건 무마…경찰 유착 의혹에 조폭도 등장

이번 버닝썬 사건과 관련 세간의 이목이 가장 집중되는 것은 클럽과 경찰의 유착 의혹이다.

수사팀 관계자 역시 "경찰 입장에서는 클럽과 경찰관의 유착과 관련한 의혹이 가장 심각한 부분"이라며 "이를 가장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유착 정황은 클럽 내 미성년자 출입사건 처리 과정에서 불거졌다.

지난해 7월 7일 경찰에는 버닝썬에 미성년자 손님이 출입해 고액의 술을 마셨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실제 강남서는 지난해 8월 미성년자 출입사건을 증거 부족으로 수사를 종결하고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모 화장품 회사 임원이자 전직 경찰인 강모 씨가 나서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화장품 회사는 지난해 7월 말 버닝썬에서 대규모 홍보행사를 연 바 있다. 행사 차질을 우려한 강씨가 버닝썬 측으로부터 돈을 받아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에게 전했을 것으로 경찰은 의심한다.

이와 관련 경찰은 25일 뇌물 공여자로 지목된 이모 버닝썬 공동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약 13시간 동안 조사했다.

경찰은 또 검찰 단계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강씨에 대한 영장을 재신청하기 위해 자료를 분석하는 등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사건에는 폭력조직 출신 인물도 등장한다.

버닝썬 측에서 민원 해결 요청을 받고 강씨와 함께 경찰관들에게 금품을 전달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모씨는 호남지역 한 폭력조직 출신 조폭이다. 이씨가 속한 조직은 경찰이 '계보'로 불리는 위계구조를 파악해 범죄 동향을 살피는 대상이다. 다만 이씨는 최근까지 범죄와 관련된 활동이 있어 경찰이 첩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하는 '관리 대상'이 아닌 '관심 대상'으로 분류됐다.

경찰 관계자는 "강남서 직원과 관련자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고, 경찰 유착과 관련 한 점의 의혹도 없도록 철저히 다각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소속 경찰관들이 버닝썬 쪽과 금품거래 정황이 드러난 강남서를 뒤늦게 수사 주체에서 배제하고 약물 범죄에 대한 집중단속 방침도 밝혔다. 이를 두고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의식해 신뢰회복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조직적인 유착 관계가 드러날지는 미지수다. 또 클럽 관계자들이 마약 유통 구조에 실질적으로 관여돼있는지를 밝히는 것도 수사팀에게 주어진 과제다.

kih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