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기업부채 폭탄 '째깍'…총액 1경4천560조원 신기록
부실위기 속 3년내 4천480조원 만기…불황 땐 악영향 증폭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돈을 쉽게 빌려주는 통화정책에 편승해 눈덩이처럼 불어난 기업부채가 위기감을 자아내고 있다.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부풀어 오른 데다 상환력도 떨어져 경기가 악화하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증폭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진단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5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 '통상적이지 않은 통화정책 시대의 회사채 시장'을 통해 이 같은 우려를 제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말 현재 금융회사를 제외한 전 세계 기업들이 채권발행의 형태로 보유한 부채의 총액은 13조 달러(약 1경4천560조원)에 달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전과 비교할 때 2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부채 가운데 4조 달러(약 4천480조원)는 앞으로 3년 이내에 만기가 돌아와 갚거나 돌려막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만기가 임박한 이런 부채의 규모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보유자산과 비슷한 액수라고 지적했다.
회사채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초저금리, 양적 완화 기조에 따라 2008년부터 2018년까지 급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엔 연평균 8천640억 달러(약 965조8천억원)가 증가했으나 이후에는 연평균 1조7천억 달러(약 1천900조4천300억원)로 증가속도가 빨라졌다.
선진국 기업들의 미지불 회사채가 2018년 현재 전체의 79%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 규모는 2008년 5조9천700억 달러(약 6천674조원)에서 작년 10조1천700억 달러(약 1경1천369조원)로 80% 증가했다.
신흥국 기업들의 미지불 회사채는 2조7천800억 달러(약 3천108조원)로 10년 전보다 395% 늘었다.
이 같은 증가세는 그 기간 부채를 토대로 고도 경제성장에 열을 올린 중국의 변화와 보조를 함께 한다.
금융위기 이전 중국의 회사채는 무시할 정도였으나 2016년에는 5천900억 달러(약 659조6천억원)로 세계 2위를 기록했다.
문제는 기업부채의 규모가 급증했을 뿐만 아니라 부채의 질도 눈에 띄게 악화했다는 점이다.
투기등급 바로 위에 있는 투자적격 회사채가 전체 회사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4%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채권 소유자들의 권리도 확연히 감소해 시장에 위기가 닥치면 악영향이 증폭될 것으로 진단됐다.
그뿐만 아니라 2008년과 비슷한 금융위기가 닥치면 정크본드(투자부적격 채권) 시장이 1년 안에 2천740억 달러(약 306조3천300억원) 규모나 부풀어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정크본드 시장으로 건너가게 될 회사채는 금융회사까지 포함하면 규모가 5천억 달러(약 559조원)로 늘어나게 된다.
OECD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 사이클과 비교할 때 회사채 시장의 리스크와 취약성이 심각하게 달라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기 하강기가 닥치면 부채가 많은 기업은 이자를 갚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이런 상황은 결국 저투자, 채무불이행 증가로 이어져 하강기의 악효과가 증폭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OECD는 "주요 중앙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촉발된) 비상조치들을 최근 수정했다"며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도 회사채 시장에 영향을 계속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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