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지방선거서 중도우파 '승전보'…집권 '오성운동' 참패
사르데냐 지방선거서 극우정당 '동맹' 지원 후보 승리
'불안한 동거' 포퓰리즘 연정에 균열 더 커지나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24일(이하 현지시간) 실시된 이탈리아 사르데냐주 지방선거에서 극우정당 '동맹'이 중심이 된 중도우파 진영의 후보가 승리를 거뒀다.
사르데냐 주지사와 지방 의회 의원들을 뽑는 선거의 개표가 25일 저녁 절반가량 진행된 가운데, 중도우파의 단일 후보로 출마한 크리스티안 솔리나스가 약 47%의 표를 얻어 중도좌파 진영의 현역 칼리아리 시장인 마시모 제다(33%)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포퓰리즘 연정의 주축인 집권정당 '오성운동' 후보로 출마한 프란체스코 데소구스는 11% 안팎의 저조한 득표율에 그쳐 체면을 구겼다.
동맹과 긴밀한 '사르데냐행동당' 소속의 유일한 현역 상원의원이기도 한 솔리나스 후보는 "오늘 사르데냐가 승리했다"며 "우리가 제시한 정부 계획을 신임해준 사르데냐 주민들에게 사의를 전한다"고 밝혔다.
작년 3월 실시된 총선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 등과 우파 연합을 결성해 선거에 임했던 동맹은 총선 이후에는 오성운동과 손을 잡고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연정을 출범시켰지만, 지방선거에서는 중도우파 정당들과 계속 연대하고 있다.
중도우파는 지난 10일 아브루초주 지방선거에서도 승전보를 울린 데 이어 이번 사르데냐 지방선거도 승리로 장식함으로써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번 승리는 특히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의 강경 난민 정책을 앞세워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동맹의 인기에 힘입은 것으로 평가된다.
동맹은 작년 3월 총선에서는 17.4%를 득표했으나,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30%를 훌쩍 넘는 지지율로 이탈리아 정당 가운데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반면, 작년 3월 총선에서 33%에 육박하는 표를 얻어 수권정당이 된 오성운동은 동맹의 기세에 눌려 갈수록 지지율이 빠지며 고전하고 있다.
오성운동은 작년 총선에서는 사르데냐에서 42.5%의 득표율로 다른 정당을 압도했으나, 1년도 지나지 않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두 자릿수를 간신히 넘기는 득표에 그치며 궤멸 수준의 하락세를 실감해야 했다.
포퓰리즘 연정의 두 구성원인 오성운동과 동맹이 이탈리아 토리노와 프랑스 리옹을 잇는 고속철도 건설을 비롯한 주요 정책을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이번 선거 결과는 연정의 '불안한 동거'를 더욱 흔드는 결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상당수 동맹 당원들은 철학도 지지기반도 다른 오성운동과 주요 현안에서 계속 엇박자가 나자, 치솟는 지지율을 무기 삼아 조기 총선을 치러 전통적인 연대 세력인 중도우파와 손잡고 정부를 구성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맹은 부유한 북부에 지지세가 몰려 있는 반면, 오성운동은 이렇다 할 산업 기반이 없어 낙후된 남부를 텃밭으로 삼고 있다.
포퓰리즘 정부의 수장인 주세페 콘테 총리와 오성운동을 이끄는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는 사르데냐 지방선거 결과는 사르데냐와 사르데냐 사람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 뿐, 중앙 정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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