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북' 등 아카데미 수상작, 흥행 뒷심 발휘할까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올해 제91회 미국 아카데미 수상작이 발표되면서 이 영화들의 국내 흥행에도 청신호가 켜질지 주목된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이미 국내에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둔 작품들이 상을 받았다.
국내에 지난달 9일 개봉한 '그린 북'은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남우조연상을 거머쥐는 영광을 안았다.
1960년대 초 미국을 배경으로 이탈리아계 이민자 출신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 분)와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셜라 알리)의 특별한 우정을 그린 이 영화 누적 관객 수는 24일 기준으로 30만5천500명이었다. 30만명을 돌파한 이 영화가 아카데미 최고 영예인 작품상 수상을 계기로 흥행에 탄력을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같은 날 기준 상영관은 43곳이다.
배급사인 CGV아트하우스 관계자는 "국내 개봉이 한 달 이상 지나 남은 스크린 수는 적지만 입소문만으로 3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한 작품인 만큼 이번 아카데미 수상 소식은 입소문을 더욱 증폭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본다"며 "아카데미 수상 이후 확대 상영에 대한 문의가 오고 있어 지속적인 관람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개봉해 퀸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남우주연상과 편집상, 음향편집상, 음향 효과상 4관왕에 올랐다.
프레디 머큐리와 전설의 록밴드 퀸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같은 날 기준 누적 관객 수 993만9천441명으로 아깝게 천만 관객 문턱에서 멈췄다. 이날 이 영화 상영관은 두 곳에 불과했다.
'보헤미안 랩소디' 관계자는 "24일 기준 2개 스크린에서 2회 상영돼 아카데미에서의 성적이 영화의 극장 수익에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현재 IPTV에서 서비스되고 있어 수상 결과가 영화를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 21일 개봉한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의 올리비아 콜먼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18세기 영국 왕실을 무대로 절대권력을 지닌 여왕 앤의 총애를 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두 여자 이야기를 그렸다. 24일 기준으로 이 영화 누적 관객은 3만9천505명이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앤을 연기해 여우주연상을 받은 올리비아 콜먼을 비롯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에마 스톤과 레이철 바이스의 연기 앙상블이 관람 포인트인 만큼 더 많은 관객을 동원할지 지켜볼 만하다.
오는 4월 개봉하는 '바이스'는 아카데미 분장상을 받았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에서 펜타곤 수장을 거쳐 미국 부통령에 오른 뒤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며 미국과 세계를 쥐고 흔든 딕 체니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에서 딕 체니를 연기한 크리스천 베일은 머리를 밀고 20㎏ 이상 살을 찌우며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그는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더 와이프'는 글렌 클로스가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수상이 유력한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국 무관에 그쳤다. 이 영화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스타 작가와 남편의 성공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아내의 숨은 진실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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