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D-1] '업그레이드'된 하노이 담판…싱가포르와 뭐가 다른가

입력 2019-02-26 06:00
수정 2019-02-26 14:37
[북미회담 D-1] '업그레이드'된 하노이 담판…싱가포르와 뭐가 다른가

비건-김혁철 라인 등 실무협상진 물갈이, 中항공기 임차→60시간 열차 대장정

당일치기 회담서 1박2일 만남으로…金경제시찰 가능성, 먼저오는 폼페이오도 차이점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 번째 핵(核)담판에 나서는 2차 북미정상회담의 얼개가 드러났다.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은 역사적인 첫 만남이었던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과 기본적인 뼈대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준비 과정이나 함께하는 인물의 면면 등 디테일로 들어가면 달라진 면모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김정은과 엄청난 회담될 것"…하노이 향해 출발 / 연합뉴스 (Yonhapnews)

◇ 김창선 빼고 다 바뀐 사전 협상팀…'뉴페이스'들이 의제 담판

정상회담의 의전과 의제로 나뉘어 '투트랙'으로 진행 중인 사전 실무 협상의 양국 대표자들이 불과 1년도 안돼 대부분 교체됐다.

무엇보다 '하노이 선언'의 내용을 채울 의제 협상을 완전히 새로운 인물들이 끌어가고 있다는 점이 가장 주목된다.

자동차 회사 포드의 부회장을 지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 출신의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작년 싱가포르 회담 의제를 막판까지 조율했던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모두 북핵 협상 경험이 풍부한 직업 외교관 출신이었던 반면, 비건 특별대표와 김 특별대표는 북핵 협상 무대의 전면에 처음 등장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김 특별대표의 경우 외교관으로서 북핵 협상의 이론적 '내공'이 뛰어나다는 평판이지만, 외무성 내 전략 부서에서 주로 근무해 현장 경험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전임자들과 달리 '특별대표'라는 직함을 달고 양국 정상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협상력은 올라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해 12월 백악관에서 앨리슨 후커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사진이 공개됐고, 김 특별대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장으로 있는 국무위 소속이다.

의전·경호 사전 협상에서는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 격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싱가포르에 이어 똑같이 활약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조 헤이긴 전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퇴임으로 후임자인 대니얼 월시 부비서실장이 새로 나섰다.



◇ 항공기 임차→60시간 열차 행군…달라진 金교통편

이번 정상회담에 앞서 가장 큰 볼거리 중 하나는 김 위원장의 '60시간 열차 행군'이다. 이는 중국으로부터 임차한 항공기로 타고 싱가포르로 날아갔던 1차 북미 정상회담 때와 달라진 장면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난해 김 위원장이 이용한 싱가포르행 항공기는 중국 지도부 전용기로 유명한 중국국제항공의 보잉 747-400(B-2447) 기종이었다.

사실 평양에서 하노이까지의 운항 거리는 평양∼싱가포르(4천700㎞)의 절반 수준인 2천760㎞로 김 위원장의 전용기인 참매 1호로도 충분히 운항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은 자신의 전용기는 물론 중국 항공기 임차도 마다한 채 특별열차로 베트남을 향하는 대장정을 선택, 지구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를 두고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이 과거 열차로 중국을 거쳐 베트남을 방문했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발자취 등을 따르면서 북한 정권 계승자로서의 정통성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중국과 베트남의 개혁개방 성과를 직접 살펴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중국을 관통해 하노이에 입성하는 열차 대장정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핵 담판'을 앞두고 혈맹인 중국이 북한의 배후에 있음을 대외적으로 과시한다는 의미가 작지 않다.

따라서 비핵화 협상에서 '역할론'을 주장하는 중국이 이번에 김 위원장에게 기찻길을 내준 것은 싱가포르 때 전용기를 빌려준 것 못지않은 지원으로 볼 수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25일 사평(社評)에서 "김 위원장이 중국 북부에서 남부까지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다"며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의 추동자이자 이해당사자"라고 주장한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 '당일치기'에서 '1박2일 담판'으로 업그레이드

작년 6월12일 당일치기로 이뤄진 북미 정상의 만남이 이번에는 '27∼28일' 이틀로 늘어났다는 점도 큰 차이다.

미 정부 고위당국자의 사전 전화브리핑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1대1로 만나는 단독 정상회담과 식사, 양쪽 대표단이 배석하는 확대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정식 회담 스케줄은 28일 하루에 집중될 전망이다. 이는 4시간45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단독 정상회담→확대 정상회담→업무 오찬→공동성명 서명식'의 순으로 진행된 싱가포르 회담과 유사하다.

그러나 하노이에서는 공식 회담 하루 전인 27일 두 정상이 만찬을 함께 할 계획이라고 복수의 소식통이 전해 1박 2일 만남의 성사가 유력하다. 아직 만찬의 형식과 장소, 시각 등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김 위원장의 의전을 총괄하는 김창선 부장이 미국 실무팀과 오페라하우스를 함께 점검했다는 점에서 이곳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오랜 기간 서로를 적대시하던 북미 정상의 스킨십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이벤트가 될 뿐만 아니라, 첫날 만찬을 같이하고 이튿날 정식 회담을 하는 통상적인 정상 외교의 절차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 우여곡절 없이 일사천리로 회담行

한 차례 취소 파동을 겪는 등 우여곡절 끝에 싱가포르행을 확정했던 지난해 양국 정상들이 이번에는 겉보기에 별다른 기싸움 없이 순탄하게 하노이로 출발해 대조를 이룬다.

작년 싱가포르 회담을 앞두고 존 볼턴 NSC 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잇단 '리비아 모델' 언급에 노골적으로 북한이 비난을 퍼붓자, 트럼프 대통령은 5월24일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전격 취소를 발표했다.

다행히 북한이 더 반발하지 않고 유화적인 태도로 반응하면서 미국도 회담 재추진 쪽으로 돌아섰다. 6월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백악관 예방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침내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최종적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2차 정상회담의 운을 띄운 이후 미국은 물론 북한 쪽에서도 별다른 잡음 없이 속전속결로 하노이행을 확정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 싱가포르 명소 둘러본 김정은, 이번엔 본격 경제시찰하나

1차 북미 정상회담 전날 싱가포르의 명소들을 잠시 둘러보는 데 그쳤던 김 위원장이 베트남에서는 본격적인 경제 시찰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작년 김 위원장은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마리나 베이 샌즈, 싱가포르항 등을 둘러보며 싱가포르의 발전상을 둘러봤으나 해당 장소들은 경제 현장이라기보다는 관광 명소에 가까웠다는 평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베트남의 첫 완성차 제조업체인 '빈패스트'가 있는 하이퐁 산업단지 방문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이동 경로에는 베트남 박닌성의 삼성전자 생산공장도 있다.

한 소식통은 국빈급으로 베트남을 공식 친선방문하는 김 위원장이 3월2일까지 베트남에 머물며 산업현장 등을 둘러볼 것이라고 전했다.

또 김창선 부장 일행이 사전에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세계적인 관광지 하롱베이를 김 위원장이 찾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북한의 관광 산업 개발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 하루 먼저 오는 폼페이오…막판 '빅딜' 직접 조율하나

미국의 외교 수장으로 북미 대화를 진두지휘해온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보다 하루 먼저 하노이행 항공편에 오른 것도 달라진 대목이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24일 밤 전용기를 타고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출발했다. '25일 출발'을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보다 하루 앞선 일정이다.

지난해의 경우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에어포스원을 함께 타고 싱가포르로 왔다.

따라서 이번에는 하노이 정상회담 직전에 폼페이오 장관이 직접 사전 협상에 참여하거나 공동성명 문안을 조율하기 위해 하루 먼저 출발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빅딜'의 토대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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