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D-2] 특별열차 지나는 곳마다 통제…주민들 "불편" 호소
정규 열차 1∼2시간 지연 잇따라…철로 주변 도로 통행 차단
(베이징·창사·광저우·톈진=연합뉴스) 심재훈 차대운 김윤구 김진방 특파원 = "밤 12시가 넘어서야 통제가 풀린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집에도 돌아갈 수 없게 하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탄 특별열차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를 향해 중국 내륙을 종단하자 톈진, 정저우, 우한 등 길목마다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가 거쳐 가는 역마다 일반 열차편이 줄줄이 연착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1시간은 보통이고 심지어 2시간 넘게 열차 운행이 지연되자 승객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또한 특별열차가 지날 때마다 철로를 따라 수십 분씩 인근 도로 통행이 차단되자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을 통해 불편을 호소한 이들이 많았다.
25일 오전 11시 30분 넘어서부터 중국 중부 후난(湖南)성의 성도인 창사(長沙)의 창사역 주변 도로에는 경찰이 배치됐다. 창사역 인근의 한 철교 위에는 경찰 5∼6명이 올라가 주위를 살폈다.
오후 1시 무렵이 되자 교통경찰의 움직임이 바빠지더니 도로 위에 서서 철교 아래 양방향 도로의 차도와 인도 통행을 차단했다.
메이퇀, 어러머 등 음식배달 플랫폼의 배달부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바쁜 길을 멈췄다. 배달이 늦어질수록 낮은 평점을 받는 이들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토바이를 탄 한 남성이 "무슨 국가 지도자라도 지나가는 것 같다"고 말하자 옆의 다른 행인은 스마트폰을 잠시 들여다보더니 "북한 김정은이 베트남까지 기차를 타고 간다"고 알려줬다.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오후 1시 10분께 이 지점을 통과해 역에 도착한 뒤에야 통행 제한은 풀렸다.
앞서 지난 23일 오후 5시(현지시간) 평양에서 출발해 당일 오후 9시 30분께 북·중 접경인 단둥(丹東)을 통과한 특별열차는 24일 오후 1시께 톈진(天津)에 이르렀다.
이후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莊)을 시작으로 남서쪽을 향하면서 허베이와 허난(河南), 후베이(湖北), 후난성의 성도를 모두 거쳐 갔다.
김 위원장의 열차가 지나간 주요 도시에서는 이날 창사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정저우 도로 통제', '우한 도로 통제' 등이 웨이보의 인기 화제 순위에 들기도 했다.
전날 자정 무렵에 특별열차가 통과한 허난성 정저우(鄭州)에서는 일요일 밤 귀가를 하던 사람들의 발이 묶였다.
특별열차가 이날 오전 7시께 후베이성 우한(武漢)을 지날 때는 월요일 출근길에 곳곳에서 도로 통행이 막히는 상황이 벌어졌다. 철도에서 가까운 시내의 주요 다리인 우한 장강대교까지 봉쇄됐다.
중국은 아직 춘제(중국의 설) 특별 수송 기간이 끝나지 않았다.
고향에서 한달가량 쉬다 일터로 복귀하는 농민공 등으로 주요 기차역은 여전히 붐볐지만, 대규모 연착 사태에 마냥 기다려야만 했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환불이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웨이보에는 전날부터 기차 연착이나 도로 통행 차단에 따른 불편을 호소하거나 비판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지만 이날 오전에는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사라졌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 당국이 김 위원장의 동선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데다 불평하는 여론도 신경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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