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중국종단' 다중포석…개방의지·베트남 관계복원 염두
'장시간 평양 비워도 문제 없다' 메시지…체제 안정 과시
金 이동 경로, 中 추진 '일대일로' 구상과 일맥상통 주목
(베이징·광저우·창사·핑샹=연합뉴스) 심재훈 차대운 김윤구 김진방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차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하면서 굳이 긴 시간과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한 전용 열차를 선택한 것은 다양한 효과를 노린 다중 포석으로 보인다.
우선 김정은 위원장은 전용 열차로 중국을 통과해 베트남을 가면서 개혁개방 의지를 대내외에 드러냄과 동시에 그동안 소원했던 베트남과 관계 복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또한, 1주일 이상 평양을 비워도 아무 문제가 없을 만큼 자신의 권력 기반이 안정돼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미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5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베트남 공식 친선 방문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하노이로 가려고 지난 23일 전용기 '참매 1호' 대신 평양발 전용 열차에 탑승했다.
무려 60여 시간의 기나긴 여정에도 전용 열차를 선택한 데는 김정은 위원장이 폐쇄된 국가의 젊은 지도자로서 개혁개방으로 발전을 이뤄낸 중국과 베트남을 직접 보면서 북한의 개방 의지를 다지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
중국은 개혁개방 40주년 만에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전용 열차로 톈진, 우한, 창사 등 발전 지역을 지나치면서 열차의 창밖에 펼쳐지는 중국의 발전상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김 위원장이 전용 열차로 북한에서 중국을 관통해 베트남까지 가는 것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추진하는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와 맥이 닿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북한은 2017년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김영재 대외 경제상을 파견하는 등 중국이 추진하는 경제협력 사업에 큰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일대일로 구상 자체가 중국의 기업과 자본을 투입해 해당 지역을 개발한 뒤 중국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지만, 유엔의 대북 제재에 시달리는 북한으로서는 중국의 일대일로도 출구의 하나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귀국 길에도 시간을 내서 광저우(廣州) 등 중국 내 주요 지역을 시찰한다면 중국을 활용하려는 그의 개혁개방 의지는 더욱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할아버지인 고 김일성 주석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베트남에 전통 우의를 강조해 관계복원을 시도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베트남 국적자인 도안 티 흐엉(31·여)이 북한의 사주로 2017년 2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제인 김정남의 얼굴에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면서 북한과 베트남은 단교 직전까지 가는 등 관계가 경색된 바 있다.
중국의 한반도 문제 권위자인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김정남 피살 사건으로 북한과 베트남 관계가 매우 좋지 않아 김 위원장이 조부인 김일성 주석이 왔던 길을 답습하면서 양국 간 우호관계 부활을 노리려는 포석도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을 과시하고 '정상국가'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의도도 보인다.
그동안 1차 북미 정상회담과 4차례 방중 등이 모두 1주일을 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베트남 친선 방문과 북미 정상회담 등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가는 데는 1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 지도자의 해외 방문 시 귀국 전까지 일정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으나 이번 베트남행은 출발 다음 날 아침 일찍 열차를 타고 환송받은 장면까지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했다.
이를 두고 체제 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이고, '은둔국가' 이미지 탈피를 시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교수는 "북한 최고 지도자가 1주일 이상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체제 안정에 대한 자신감 없이는 불가능하다"면서 "이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신의 정권이 확고하다는 점을 알려주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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