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제조업체, 젊은 세대 '공장일 기피'에 고심

입력 2019-02-25 11:09
中 제조업체, 젊은 세대 '공장일 기피'에 고심

힘든 제조업보다 자유시간 많은 배달업 등 택해

광저우·저장·장쑤 등 수출 제조업 중심지 '구인난'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의 젊은 세대가 힘든 공장일을 기피하고 서비스업 등으로 몰리면서 제조업체들이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5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의 수출 제조업체가 밀집한 광저우(廣州), 저장(浙江), 장쑤(江蘇) 등의 지역에서는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이후 생산직원 채용에 나선 제조업체 대표들이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

광저우의 산업 중심지인 둥관(東莞)에서는 춘제 이후 800여 개 공장이 생산직원 채용에 나섰지만, 아직 10만여 명의 인력이 부족한 상태이다.

광둥성의 한 전자기기 제조업체는 숙련공에게 월 4천 위안(약 67만원)의 임금을 제시하면서 200명을 채용하려고 했지만, 아직 목표 인원의 3분의 1밖에 채용하지 못했다.

재단사를 구하던 광둥성의 한 의류 제조업체는 7천 위안(약 118만원)의 월급에 무료 기숙사까지 제시지만, 이 회사도 아직 충분한 인력을 구하지 못했다.

저장성의 한 가구 제조업체 대표는 "숙련공에게 지난해보다 10%나 오른 임금인 5천 위안(약 84만원)의 월급을 제시했지만, 이들은 8천 위안(약 134만원)의 월급을 요구한다"며 "이는 우리 같은 저부가가치 제조업체들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체를 기피하는 중국의 젊은이들이 몰리는 곳은 바로 음식 배달, 택배 등 서비스업이다.

제조업 못지않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데다가 상대적으로 자유시간이 많다는 이유 등으로 갈수록 많은 중국의 젊은이들이 급속하게 성장하는 서비스업으로 향하고 있다.

긴 노동시간, 낮은 임금, 높은 스트레스, 고용 불안정 등도 중국 젊은이들이 제조업을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중국의 중소 제조업체들은 고용주가 부담하는 사회보장금 등을 피하고자 대부분 임시직을 고용한다.

광저우에서 음식 배달원으로 일하는 리타오는 "한 달에 5천∼7천 위안의 돈을 벌 수 있지만, 게임이나 채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 공장에서 일할 때보다 훨씬 자유롭다"며 "공장에서 일하길 원하는 중국의 젊은이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택배업과 온라인 음식 배달업체 등이 급성장하면서 지난해 중국의 총 배달 건수는 전년보다 24% 급증한 500억 건에 달했다. 이는 이들 업종이 갈수록 많은 인력을 요구한다는 얘기다.

중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배달 서비스 기업인 메이퇀뎬핑(美團点評)의 지난해 고용인력은 270만 명에 달해 전년보다 22% 늘었다.

이들 인력의 77%는 '농민공'(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노동자)이었고, 대부분 198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 세대에 속했다.

중국의 노동 전문가인 류카이밍은 "2000년대 이후 급팽창한 서비스업은 공장에서 해고된 노동자 등을 계속 빨아들이고 있다"며 "무역전쟁으로 수출 제조업 공장의 해외 이전이 가속하는 것도 이러한 서비스업으로의 인력 탈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