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기업회생·노사분규…부산 대표기업들 '내우외환'
(부산=연합뉴스) 김상현 기자 = 부산 대표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내우외환 위기에 처했다.
한진중공업, 르노삼성차, 화승 등은 한때 부산에서 수많은 협력업체와 대리점 등을 두고 고용을 창출하며 지역경제를 이끌었다.
하지만 장기 불황과 제조업 침체, 소비 부진 등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금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 자본잠식 한진중공업…출자전환 재도약 시동
국내 1호 조선소인 대한조선공사로 출발한 한진중공업은 최근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조선업 불황 여파로 2016년부터 채권단 공동관리인 자율협약에 들어간 한진중공업은 최근 자회사인 필리핀 수비크조선소 리스크로 인해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한진중공업은 수비크조선소에 보증한 4억1천만달러의 채무를 충당채무로 반영하면서 자본 잠식돼 지난 13일부터 주식거래가 정지되는 수모를 겪었다.
다행히 필리핀 채권 은행단이 보증채무를 출자전환 하기로 합의하고, 산업은행 등 국내 채권단도 이달 중으로 국내 채권의 출자전환 등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대한조선공사를 인수하며 국내 4위권 조선소가 된 한진중공업은 조선업이 호황이던 2004년 매출액 1조9천569억원을 기록하면서 부산 1위 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한진중공업은 수비크 리스크를 해소하고 국내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마무리하면 영도조선소를 중심으로 군함 등 특수선 중심의 특화조선소로 운영하면서 기업 체질을 개선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한진중공업 최대주주 지위는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지배하는 한진중공업홀딩스에서 채권단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 노사분규 르노삼성차…후속 물량 배정 불투명
지난해 부산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하면서 1위 기업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르노삼성차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노사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21만5천대의 완성차를 생산해 이 중 절반 이상을 수출했다.
수출 차종 가운데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차종은 르노삼성차가 위탁생산하는 북미 수출용 닛산 SUV 로그로, 지난해에도 10만대 넘게 생산했다.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전체 차량의 49.7%에 달한다.
문제는 로그 위탁생산 기한이 올해 9월 끝나면서 후속 차량을 배정받아야 하지만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닛산 로그 위탁생산을 시작할 당시와 비교해 생산비용이 크게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분규가 장기화하고 생산비용이 추가 상승하면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의 글로벌 경쟁력은 더욱 떨어지게 돼 후속 물량 배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연간 최대 26만대 생산 규모의 부산공장은 수출 물량을 빼면 내수용 차량을 중심으로 10만대 안팎만 생산하게 돼 공장 가동률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다.
르노삼성차는 다른 완성차 업체와 비교해 차종 다양성이 떨어지고 기존 차종도 출시 시점이 오래돼 내수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에도 한계가 있다.
◇ 신발 1호 화승…2005년 재기성공 후 14년 만에 기업회생 신청
국내 1호 신발기업으로 부산에서 출발한 화승은 지난달 말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화승은 현재 자동차부품과 정밀화학 등으로 업종을 전환한 화승그룹의 모태 기업으로 1953년 부산에서 동양고무산업으로 창업했다.
1980년 사명을 화승으로 바꾸고 1986년 르까프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신발과 종합스포츠용품 회사로 성장했다.
화승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부도가 나는 등 어려움에 빠졌으나 각고의 구조조정 끝에 2005년 화의를 종결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이후 아웃도어 인기로 2011년에는 5천900억원까지 매출을 올렸으나 아웃도어 인기가 식고 외국 신발 브랜드에 밀리면서 다시 위기에 처했다.
이 과정에서 2013년 화승그룹에서 독립해 분리됐고 다시 2015년 사모펀드로 주인이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화승은 기업회생을 통해 채무를 조정하고 유동성을 확보해 기업 정상화에 나설 방침이다.
동양고무에서 시작해 60년 가까이 이어오는 화승은 현재 부산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회사다.
하지만 화승을 모태로 파생한 화승그룹 본사가 부산에 있고, 시민들의 인식 속에 여전히 지역 연고 기업으로 남아있어 향후 재기 여부가 주목된다.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부산 대표 기업인 한진중공업과 르노삼성차는 협력업체만도 수백개에 달하고 고용인원도 많아 지역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며 "지역 대표기업들이 조속히 정상화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도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osep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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