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헥터, 미안해…실투 빼고 공은 다 좋았어"
전 KIA 헥터, MLB 복귀전서 강정호에 홈런 내줬지만 2이닝 1실점
(브레이든턴[미국 플로리다주]=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4회말이 끝나고 공수 교대를 하며 3루로 향하던 강정호(32·피츠버그 파이리츠)는 우완 투수 헥터 노에시(33·마이애미 말린스)를 향해 "미안하다"고 말하며 웃었다.
강정호는 2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 레콤파크에서 마이애미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복귀전을 치렀다. 강정호는 미국 진출 첫해인 2015년 이후 4년 만에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나섰다.
KBO리그 KIA 타이거즈에서 뛸 때 등록명을 '헥터'로 사용한 노에시에게도 이날은 '4년 만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복귀전'이었다.
공교롭게도 둘은 4년 만에 치르는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생애 첫 투타 대결을 펼쳤다.
승자는 강정호였다.
피츠버그 감독도 놀란 강정호의 연타석 홈런 / 연합뉴스 (Yonhapnews)
1회 마이애미 선발 트레버 리처즈를 상대로 좌월 솔로포를 쏘며 자신감을 얻는 강정호는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노에시와 만났고, 또 왼쪽 담을 넘어가는 솔로 아치를 그렸다.
노에시는 강정호에게 초구 슬라이더를 던졌다. 강정호는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유인구를 참았다.
2구째 시속 152㎞짜리 빠른 직구에는 강정호의 배트가 밀려 파울이 됐다.
강정호는 노에시의 3구째 시속 135㎞ 슬라이더를 정확하게 받아쳤고, 공은 왼쪽 담을 훌쩍 넘어갔다.
노에시는 쓴웃음을 지으며 베이스를 차례대로 도는 강정호를 지켜봤다.
노에시는 2016∼2018년, 3시즌 동안 KIA 에이스로 활약하며 46승 20패 평균자책점 3.79를 올렸다. 2017년에는 20승으로 다승 1위에 오르며 KIA의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우승에 공헌했다.
KIA는 2018시즌 종료 뒤에도 노에시에게 재계약을 제안했지만, 외국인 선수에 대한 소득세율이 최대 42%까지 치솟자 그는 한국을 떠나기로 했다.
2011∼2015년, 5시즌 동안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았던 노에시는 마이애미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고, 스프링캠프에서 빅리그 진입을 노린다.
노에시의 '복귀전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노에시는 강정호에게만 홈런을 맞았을 뿐, 2이닝을 1피안타 1실점 2탈삼진으로 막았다.
강정호는 "맞대결은 처음 했지만, 노에시가 KBO리그에서 뛰는 장면을 TV 등으로 봤다. 노에시에 대해 정보가 있었다"며 "노에시도 나를 알고 있다. 그래서 공수 교대 때 '미안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내게 실투를 던져 홈런을 맞긴 했지만, 공은 전체적으로 좋았다"고 노에시를 향해 덕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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