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 들려준 김봄소리-블레하츠 듀오

입력 2019-02-24 19:07
'봄이 오는 소리' 들려준 김봄소리-블레하츠 듀오

듀오 앨범 출시 기념 콘서트 리뷰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이른 봄기운이 느껴지던 지난 23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30)와 200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폴란드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33)는 따뜻하고 반짝이는 앙상블로 관객들에게 '봄'을 선사했다.

프랑스와 폴란드 작곡가들 위주로 구성된 프로그램에서 이들은 여린 꽃망울을 터트리듯 섬세하고 감각적인 선율을 들려줬다.

이번 공연은 이들이 최근 도이체 그라모폰(DG)에서 발매한 첫 듀오 음반 출시를 기념하는 월드 투어 일환으로 열렸다.

솔리스트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이들은 서로의 소리에 반해 실내악 활동을 결심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날 연주회에는 서로의 소리에 대한 애정에 녹음 과정에서 쌓은 호흡까지 더해져 자연스럽고 능숙한 흐름이 돋보였다.

공연 시작을 알린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F장조는 이날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듀오 음반에 포함되지 않은 곡이었다.

시작은 다소 설익은 인상을 줬다. 블레하츠의 투명하면서도 또렷한 피아노 소리에 김봄소리의 바이올린 소리가 다소 묻히는 듯했다. 악구를 긴장시켰다가 이완시키는 타이밍도 가끔 엇박자를 냈다.

그러나 1부 마지막 곡인 포레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과 2부의 첫 곡인 드뷔시의 바이올린 소나타로 이어지며 이들이 추구하는 음색과 톤이 마음껏 빛나기 시작했다.



포레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은 감각적인 화성과 유려한 멜로디가, 드뷔시 바이올린 소나타는 매혹적인 색채감이 핵심이다.

특히 블레하츠는 풍성하면서도 우아한 사운드로 이들 작품의 매력을 또렷하게 전달했다. 섬세한 페달링과 명확한 아티큘레이션(한 음 한 음 명료한 뉘앙스를 부여하는 것)으로 여러 빛깔을 아름답게 포갰다.

최근 대형 무대에 줄줄이 오른 김봄소리 역시 자연스럽고 당당한 전개를 보여줬다.

블레하츠에 비해 다채로운 맛은 다소 부족한 듯싶었으나, 넉넉한 힘과 말끔한 보잉(활놀림)으로 선율에 질감과 뉘앙스를 부여하는 보습이 인상적이었다.

드뷔시와 포레로 예열이 완료된 무대 하이라이트는 시마노프스키의 바이올린 소나타였다.

한국 관객에는 친숙한 곡이 아니었지만 관능적이면서도 달콤하고, 서정적이면서 격렬한 표현력으로 가장 큰 호응을 얻어냈다.

허명현 음악평론가는 "음반 작업을 함께한 연주자들의 좋은 호흡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그는 "블레하츠는 여린 소리에서도 뚜렷이 심지가 있는 음을 내는, 이상적인 피아니시모의 세계를 선사했다"며 "김봄소리는 편안하게 받쳐주는 블레하츠의 영향으로 한결 여유로운 소리를 들려줬다"고 말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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