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접경 단둥 주민들 "대북제재 풀려야 지역경제 산다"

입력 2019-02-24 17:12
북중 접경 단둥 주민들 "대북제재 풀려야 지역경제 산다"

임박한 2차 북미정상회담에 기대…"북한과 교역 안 열리면 큰 일"



(단둥=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역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丹東) 주민들은 대북 제재 완화 가능성에 큰 기대감을 품고 주시하고 있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3일 밤 전용열차 편으로 단둥을 거쳐 북미 정상회담 장소인 베트남으로 향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단둥은 북중 교역의 최대 거점으로 양측 교역 물량의 70~80%를 담당한다.

그런 만큼 그동안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얼어붙을 때마다 직접적인 타격을 받아온 곳이기도 하다.

단둥의 한인 무역상 A씨는 24일 "경기가 힘들다. 북한과의 교역이 열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면서 "안 되면 큰일이다. 단둥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는 가운데, 단둥은 북한과의 교역까지 막히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A씨는 "우선 단둥에 있는 한국인 수가 크게 줄었고, 내가 운영하는 업체의 매출도 2005년 대비 10분의 1 수준"이라면서 "대북 제재가 한 번씩 더해질 때마다 매출이 2분의 1씩 줄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식당도 북한과의 교류가 활성화돼야 밥을 먹으러 가고 돈이 돈다"면서 "제재가 풀리느냐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고 절박감을 표현했다.

그는 "중국도 미국과의 무역 전쟁 등으로 다급할 것"이라면서 "미중 관계의 엉킨 실타래도 풀어주는 북미 정상회담이 돼야 한다"고 기대를 표했다.

북·중 교역 관문인 단둥 해관(세관)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66)는 "어느 때보다 정상회담의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제재가 풀리기를 기대한다"는 희망을 밝혔다.

그는 자신이 중국 국적으로, 북한으로 들어가는 무역상들과 동행해 통역 업무도 담당한다고 소개하면서 "얼마 전에도 북한에 다녀왔고 조만간 또 방문할 예정이다. 북한에서도 제재가 풀리길 기대하는 여론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큰 내용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개인으로서는 제재가 풀려야 장사하기 좋다"고 기대했다.

약재상을 운영하는 중국상인 옌모(55)씨도 "북미정상회담으로 상황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단둥은 북중 간 최대 무역구인 만큼 교역이 다시 활성화되면 서로에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 북중 교역을 위해 조성된 신도시 내 '중조변민 호시무역구'(中朝邊民互市貿易區)는 한산한 모습이었고, 수년째 개발 진척이 없는 황금평 경제특구 역시 들판만 보였다.

호시무역구 내에 소비재를 파는 상점은 한 곳도 문을 열지 않았고 유동인구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인근 카페 주인은 "신도시 내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다"면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으로 아는데 잘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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