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D-3] 여전히 회의적인 美언론…"얻는 것 없이 어설픈 타협 우려"

입력 2019-02-24 16:08
[북미회담 D-3] 여전히 회의적인 美언론…"얻는 것 없이 어설픈 타협 우려"

AP "트럼프, 실질적 비핵화 조치 없는 잘못된 협상 가능성…악몽 시나리오"

"주한미군 철수 문제 거론 가능성"…WP "완전 비핵화에서 핵동결로 목표 낮출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전성훈 기자 = 베트남 하노이를 무대로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두번째 핵(核)담판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 주류언론의 보도는 여전히 비관적 논조다.

외교적 승리에만 집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비핵화의 실질적 조치를 끌어내지는 못한 채 일방적으로 양보만 할 것이라는 게 골자다.

AP통신은 24일 '하노이 정상회담 악몽의 시나리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거의 양보하지 않는 가운데 제재 완화와 같은 실질적인 보상을 얻는 잘못된 협상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작년 6월 싱가포르에서의 1차 회담에 대해 '모호한 결과' 또는 '완전한 실패'라는 비판 세례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도 신중한 보좌진을 물리치고 사전준비 없이 대충 꿰어맞추는 식으로 어설프게 북한과 타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AP통신은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군사훈련 중단 장기화 등을 '섣부른' 타협안으로 내놓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미국 본토를 방어했다고 지지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고 아울러 '러시아 스캔들' 등에 쏠린 시선을 분산시키는 돌파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에 김 위원장으로선 핵무기 보유국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것은 물론 한미동맹에 균열을 내는 부수적인 성과도 얻어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AP는 분석했다.

김두연 신미국한보센터 연구원은 "이번 회담이 비핵화 로드맵이 빠진 채 단편적으로 진행될 경우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하는 가운데 비핵화 협상의 기간과 속도, 기간 등에서 북한에 끌려다닐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철수'라는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퍼져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에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 전문가인 비핀 나랑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정치학 교수는 "김정은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정은이 대놓고 미사일 또는 핵무기 실험을 하지 않는 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든 하지 않든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는 게 명백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백악관 참모들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단순히 큰 성과를 내놓지 못할 것을 우려하는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공허한 비핵화 약속에 큰 양보를 하고서 승리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는게 폴리티코의 지적이다.

특히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뿐만 아니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외교적 진전을 거두지 못하는데 대해 좌절감을 느끼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술책에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의 기대치를 '완전한 비핵화'에서 '핵 동결'로 낮출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며칠 앞두고 "(핵·미사일) 실험이 없는 한 서두를 게 없다"고 밝힌 점을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하려는 그의 노력에 있어 '성공'의 개념을 재정의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WP는 이는 북한이 핵무기 생산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의 기대를 낮추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백악관 기자들에게 "우리는 그저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보길 원한다"면서도 "(핵·미사일) 실험이 없는 한 서두를 게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나는 긴급한 시간표는 갖고 있지 않다(I have no pressing time schedule)"고도 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이전 미국 행정부 때 더 오랜 기간 실험을 중단한 적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트럼프는 이제 실험이 없는 것을 성공이라고 정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성공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kje@yna.co.kr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