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주미대사에 여성 첫 임명…카슈끄지 사건 만회 시도(종합)

입력 2019-02-24 16:55
사우디 주미대사에 여성 첫 임명…카슈끄지 사건 만회 시도(종합)

사우디 왕가 핵심세력 '수다이리 세븐' 혈통 리마 공주

현 주미대사 칼리드 왕자는 국방 차관 임명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23일(현지시간) 장관급인 주미대사에 리마 빈트 반다르 알사우드(44) 공주를 임명하는 왕명을 내렸다.

사우디의 외교공관 대사직에 여성이 임명된 것은 리마 공주가 처음이다.

사우디는 가장 중요한 주미대사에 여성의 권리를 신장하는 활동을 하는 40대의 젊은 여성을 파격적으로 기용함으로써 모처럼 국제적 주목을 받다가 지난해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퇴색한 개혁적인 이미지를 되살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리마 신임 대사는 외교관 경험은 없으나 1983년부터 2005년까지 주미대사를 역임한 아버지 반다르 빈 술탄을 따라 성장기를 미국에서 보냈다. 미국 조지 워싱턴대에서 박물관학 학사 과정을 졸업했다.

리마의 할아버지 술탄 빈 압둘아지즈는 압둘아지즈 초대국왕의 12번째 아들로, 국방장관(1963∼2011년)과 제1왕위계승자(왕세자, 2005∼2011년 사망)까지 지냈다.

술탄 빈 압둘아지즈는 사우디 알사우드 왕가의 핵심세력인 '수다이리 세븐'(압둘아지즈 국왕의 8번째 부인 후사 알수다이리의 친아들 7명) 중 한 명이다.

수다이리 세븐에 속하는 살만 현 국왕은 리마 공주의 작은 할아버지다. 리마 공주의 남동생 칼리드 빈 반다르 왕자는 주독 대사다.

따라서 리마 공주는 방대한 사우디의 왕가 가운데 유력 혈통 출신인 셈이다.

2005년 사우디로 돌아온 뒤 패션 회사 등을 운영하던 그가 주목받게 된 것은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에서 부진했던 여성의 사회 참여에 주력하는 개혁 정책을 2년 전부터 추진하면서부터다.

그는 사우디 스포츠청 여성담당 부청장 등 공직사회에서 '첫 여성'이라는 수식어를 달면서 사우디에서 금기였던 여성의 스포츠 활동을 이끄는 역할을 맡아 중동의 여성계를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로 부상했다.

리마 공주는 임명 직후 트위터에 "알라의 가호와 함께 조국, 우리의 지도자들,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봉사할 것이다. 끝까지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다.





2017년에 부임한 현 주미대사 칼리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자는 국방 차관에 임명됐다.

칼리드 왕자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친동생이다. 이에 따라 사우디 국방부는 형제가 장·차관을 맡게 됐다.

칼리드 왕자도 지난해 10월 벌어진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등장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 11월 "칼리드 주미대사가 카슈끄지에게 전화해 주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으로 가서 서류를 수령하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카슈끄지는 그 곳에서 사우디의 정보요원들에게 살해됐다.

주미 사우디 대사관은 이 보도를 즉시 부인했다.

일각에서는 카슈끄지 살해로 무함마드 왕세자가 정치적 위상과 권위에 타격을 입게 됨에 따라 동생 칼리드 왕자가 차기 왕위를 계승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에 칼리드 왕자를 실권있는 국방차관으로 불러들인 움직임을 왕실 권력구도의 변화로도 해석하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살만 국왕은 또 이날 남부 국경 지대에서 예멘 반군과 대치하는 군인들에게 한 달치 월급을 상여금으로 지급하라는 왕명을 내렸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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