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불시착한 노르웨이 여객기 제재탓 70일만에 '지각 귀환'

입력 2019-02-23 17:24
이란에 불시착한 노르웨이 여객기 제재탓 70일만에 '지각 귀환'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지난해 말 이란 중남부 시라즈 공항에 엔진 고장으로 비상착륙한 노르웨이 저가 항공사 노르웨이안에어셔틀 소속 보잉 737-Maxx 여객기가 70일 만에 수리를 마치고 22일(현지시간) 밤 귀환했다.

이 여객기는 지난해 12월 14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출발해 오슬로로 향하던 중 엔진이 꺼져 이륙 1시간여 만에 시라즈 공항에 불시착했다.

항공기에 탑승했던 승객과 승무원 192명은 이튿날 다른 여객기 편으로 오슬로로 향했지만 사고 여객기는 두 달 넘게 이란을 떠나지 못했다.

노르웨이안에어셔틀 측은 자사 여객기가 장기간 이란에 계류하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는 않았으나 항공 업계는 민간 항공기와 부품 판매를 금지하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 탓이라고 여긴다.

미국은 지난 2015년 국제사회와 이란이 체결했던 핵 합의에서 지난해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 제재에는 이란에 대한 민항기 판매는 물론 유지·관리 서비스, 부품 수출도 포함된다.

공교롭게 고장 여객기가 미국 회사인 보잉사의 기종인 탓에 부품 수송이 더욱 제한된 것으로 보인다.

민항기 관련 미국의 대이란 제재는 민간인의 이동까지 제한할 뿐 아니라 대형 항공 사고의 위험을 유발할 수 있어 국제적으로도 비판이 높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지난해 10월 이란이 미국의 경제 제재를 유예해야 한다며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서 민간 비행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장비와 교체 부품 등 인도주의적 물품과 서비스에는 제재를 부과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불의의 사고가 오히려 노르웨이 회사와 외국 승객들에게 이란의 환대를 경험케 하는 기회가 됐다"며 "여객기 고장으로 공포에 질렸던 승객들이 이란의 안전과 친절에 안심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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