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결을 부결로"…완주군 의장 말실수로 의정비 인상 '없던 일'(종합)
(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과도한 인상이라는 비판을 받은 전북 완주군의회의 의정비 인상안이 부결됐다.
군의원들의 표결이 아닌 회의를 주재한 군의장의 어처구니없는 말실수가 부결을 불렀다.
완주군의회는 22일 본회의에서 "인상률이 과도하다"는 여론을 의식한 듯 애초 의정비를 21.15% 올리려던 '원안' 대신 5만원 낮춰 18.65% 인상하는 '수정안'을 놓고 투표했다.
하지만 수정안은 찬성 5표, 반대 5표, 기권 1표로 부결됐다.
이에 최등원 의장은 수정안이 부결됐다고 선포한 뒤 "원안에 대한 이의가 없습니까?"라고 물었고, 의원들은 "이의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의가 없으므로 (원안이) 부결됐음을 선포한다"며 의사봉을 세 번 내리쳤다.
'이의가 없으면 가결됐다'라고 말해야 했지만, 거꾸로 의장이 부결로 선포한 것이다.
군의원들은 이러한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본회의를 폐회했다.
'수정안이 부결됐다'로 이해한 의원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날 본회의를 방청한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가 "의장이 분명히 '원안 부결'을 선포했다"며 사무국에 회의록 확인을 요청했다.
사무국은 "회의록 확인한 결과 '원안 부결'로 돼 있어 일단 인상안은 부결된 것으로 본다"면서 "최 의장의 최종 의견을 들은 뒤 25일께 집행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집행부가 부결 통보를 받으면 군의원들의 의정비는 당분간 작년 수준으로 동결된다.
군의원들은 다음 회기가 열리는 3월 곧바로 인상안을 다시 제출할지를 조만간 논의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의장의 말실수가 '의도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의정비 인상안이 과도하다고 판단한 최 의장이 본회의 직전 의원들을 설득, 수정안을 통과시키기로 협의했으나 (협의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자 이의 여부를 묻는 방법으로 원안을 부결시켰다는 얘기도 나온다.
원안보다 인상률이 낮은 수정안을 가결해 군민을 설득하고 비판적인 여론을 다독이고자 했으나 수정안이 부결돼 원안을 놓고 투표하면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크자 의도적으로 이런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는 최 의장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는 "주민 의사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추진한 이번 의정비 인상안은 황당한 의사 진행 탓에 부결로 마무리됐다"면서 "의회는 주민 갈등과 사회적 논란을 불러온 의정비 인상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의회 본연의 임무에 매진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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