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금융중심지 지정 10년] ①외형은 갖췄지만…고립된 섬
3개 고층건물에 30개 기관 입주, 근무 인원만 3천800명
핵심기관 빠져 집적·시너지 효과 미흡
[※ 편집자 주 =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것이 올해로 10년을 맞습니다. 부지 내 63층 랜드마크 건물에 이어 2단계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외형은 갖췄습니다. 하지만 시너지 효과 미흡 등 내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연합뉴스는 부산금융중심지의 지난 10년간 성과와 향후 미래 발전 방안 등을 짚어보는 기획기사 2편을 송고합니다.]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2019년은 부산금융중심지 지정 10년을 맞는 해이다.
부산 남구 문현동 일대가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것은 2009년 1월이다.
금융중심지 개발은 전체 10만2천300㎡ 부지에 3단계로 진행됐다.
◇ 매머드 금융 단지로 우뚝…30개 금융 관련 기관 입주
랜드마크인 63층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주 건물을 짓는 1단계, 49층과 36층 2개 건물을 짓는 2단계, 나머지 부지에 부산형 기술창업타운(TIPS) 등을 조성하는 3단계로 이뤄지고 있다.
5천539억원이 들어간 1단계 사업은 금융중심지 랜드마크 건물인 63층 빌딩이 준공하면서 2014년 6월 완료됐다.
건물 준공과 함께 국내 금융 관련 공공기관 이전이 속속 이뤄졌다.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이곳으로 이전했다. 기존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던 한국거래소(KRX), 신용보증기금, 농협 부산영업본부가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해양 관련 기관인 해양금융종합센터, 캠코선박운용, KSF선박금융(지점), 한국선박금융(지점), 아시아태평양 해사 중개센터도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기술보증기금은 지하 2층, 지상 15층 자체 건물을 지어 BIFC 건물 준공에 앞선 2011년 6월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한국은행 부산본부도 2013년 7월 별도 건물(지하 3층 지상 4층)로 이전했다.
입주 금융기관 중 가장 많은 근무 인원(800명)이 근무하는 BNK부산은행 본점 또한 지하 3층 지상 23층 건물을 지어 2014년 11월 자리를 잡았다.
1단계 사업 완공으로 이곳에 입주한 금융 관련 공공기관은 모두 30개로 총 상주 근무 인원은 3천856명에 이른다.
◇ 2018년 2단계 사업 준공…숙박·문화시설도 확충 중
4천억원이 들어간 2단계 사업은 1단계 랜드마크 건물의 부대지원시설과 업무용 시설 확충을 위해 이뤄졌다.
36층(호텔동)과 49층(오피스텔동) 2개동 건물로 구성된 2단계 사업은 2015년 착공해 2018년 11월 준공했다.
36층 건물에는 업무시설(7∼17층)과 호텔(19∼36층·객실 306개), 49층 건물에는 판매시설· 공연장(지하 1∼4층), 오피스텔(5∼49층)이 들어선다.
2단계 사업은 1단계 금융시설 인프라에 숙박, 문화, 판매시설 인프라를 입히고 금융종사자들의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취지로 이뤄졌다.
오피스텔 783실은 분양이 완료됐고, 호텔은 현재 운영자를 물색 중이다.
1천727석 규모의 공연장은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4월 개관 예정이다.
이로써 부산 금융중심지는 외형은 모두 갖춰진 셈이다.
이전 공공기관의 부산지역 인재 신규 채용 비율은 2015년 22.6%에 그쳤으나 2016년 24.2%, 2017년 28.3%로 점차 늘어났다.
2018년에는 32.2%를 기록,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했다.
근무 직원들의 부산 현지 정착도 늘어나고 있다.
2015년 가족동반 부산 이주율이 평균 20%를 넘지 못했지만 3∼4년이 지난 지금은 60%를 넘어선 곳이 많다.
2018년 9월 기준 한국남부발전은 가족동반 이주율이 71.8%에 달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도 64%를 넘어섰다.
한국거래소와 기술보증기금은 각각 61%와 66.1%를 보였다.
◇ 메이저 금융기관 외면, 특화 전략도 부족
높은 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관련 금융기관 이전이 이뤄졌지만, 이는 단순한 외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5일 열린 '부산금융중심지 10주년 기념식'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은 이 점을 숨김없이 털어놨다.
그는 '1, 2단계 사업이 완공돼 지금은 30여개 공공·민간 금융회사가 집적한 국내 최대 금융기관 중심지로 성장했지만, 그것은 외형상으로 봐서 그렇다"며 "속내를 보면 고립된 섬처럼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시중은행 본점은 물론 외국계 금융기관 이전은 한 곳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름은 금융중심지이지만 자산운용사, 투자신탁사, 증권사, 보험사 등은 찾아볼 수 있다.
서울에 기반을 둔 이들 기관 이전이 이뤄지지 않는 한 부산은 종합금융중심지로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함께 부산이 가진 해양과 관련한 파생 금융 등 기능의 특화 전략에 대한 접근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기관들의 이전 등 물리적인 측면에만 집중하는 바람에 금융 네트워크 구축과 해양금융 특화, 핀테크 육성 등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것이다.
정옥균 부산시 서비스금융과장은 "부산이 명실상부한 금융 허브 중심지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금융사나 국제금융기구 유치, 해양금융 특화 등 기본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문화가 있는 도시구현 등 금융 생태계 전반을 가꾸는 것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는 이 같은 점을 중심에 두고 미래 전략을 펼 방침"이라고 말했다.
ljm70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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