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목욕탕화재 피해 아파트 주민 불안·불면증…트라우마 호소

입력 2019-02-22 15:10
수정 2019-02-22 17:58
대구 목욕탕화재 피해 아파트 주민 불안·불면증…트라우마 호소

107가구 전기·수도·가스 모두 끊겨…계단 곳곳 그을음·화재 잔해물

지자체 지불보증 서고 임시 복구작업…재해구호기금 요청 검토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사상자 91명을 낸 목욕탕 화재로 전기시설 등이 훼손돼 주민이 살 수 없게 된 피해 아파트 복구에 지자체가 힘을 쏟고 있다.

지난 19일 불이 난 건물은 지하 2층·지상 7층으로 지하 1층∼2층은 식당 등 상가, 3∼4층은 목욕탕·찜질방 등이 들어서 있다. 5층 이상은 아파트 107가구가 있다.

이번 화재로 5∼7층 배전반이 모두 훼손돼 아파트 전 가구에 전기와 가스, 수도 공급이 끊긴 상황이다.

대구 7층짜리 건물 사우나 불…2명 사망·부상자 늘어날 듯 / 연합뉴스 (Yonhapnews)

22일 중구에 따르면 화재 발생 후 한국전력, 구조기술사 등과 긴급 건물안전점검을 한 결과 중대한 구조적 결함은 없었지만 5∼7층 아파트에서 전기·통신시설 훼손, 오수관 일부 파손 등 문제가 발견됐다. 가스·수도 공급 시설에는 아직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훼손된 전기시설 응급 복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르면 오는 24일 완료할 예정이다. 가스, 수도 공급은 전기시설 복구가 끝나는 시기에 맞춰 이뤄질 예정이다.

이밖에 화재 당시 뿌렸던 물과 연기로 인한 그을음, 화재 폐기물 등이 아파트 내부와 계단 등 곳곳에 남아있어 제거 작업도 필요한 상황이다.

중구 측은 "인력을 최대한 많이 투입해 하루빨리 아파트 복구를 끝낼 예정이다"며 "전기 공급을 시작하면 가스·수도 시설도 다시 점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 재입주는 복구상황과 주민 의견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현재 건물 지하 1층∼3층 상가 등에는 화재 발생 2일째인 지난 20일부터 순차적으로 전기 공급이 재개돼 상인 등이 정상 영업을 하고 있다.



중구는 4층 목욕탕 시설을 제외한 건물 전체 피해 복구 비용으로 5억6천만원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금액은 상황에 따라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복구가 끝날 수 있도록 구청이 정비·보수 업체에 지불보증을 서고 향후 목욕탕 업주, 아파트 주민이 가입한 화재보험보상금으로 비용을 지불할 예정이다.

목욕탕 업주는 작년 4월 최대 보상금액이 8억4천만원인 대물배상 화재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구는 복구 비용이 부족할 경우 대구시에 재해구호기금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번 화재로 하루아침에 이재민 신세가 된 아파트 주민 149명 가운데 45명은 중구가 마련한 임시 대피소 2곳에 머물고 있다. 나머지 주민은 친척 등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중구 재난안전대책본부와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등은 피해주민들에게 세 끼 식사와 구호물자 등을 지원하고 있다.

중구보건소 등은 향촌 수제화센터 4층에 심리지원단을 꾸려 화재 피해자 및 가족, 지역 주민을 상대로 개별상담, 외상후 스트레스 반응에 대한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까지 불안감, 불면증 등을 호소하는 화재 피해자와 가족 9명이 찾아와 상담을 받았다.



중구는 이재민 구호 외에도 사망자와 부상자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이재민과 화재 부상자 가운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차상위 가정 21가구에 긴급구호비 20만∼30만원씩을 지원했다.

장례 및 치료비용 등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중구가 장례식장 2곳과 치료 병원 5곳에 지불보증도 섰다.

지난 19일 오전 7시 11분께 대구시 중구 포정동 7층짜리 건물 4층 목욕탕에서 난 불로 남자 탈의실에 있던 이모(64)씨 등 3명이 질식 또는 전신화상으로 숨졌다.

또 목욕탕 손님, 아파트 주민 등 88명(중상자 4명·경상자 84명)이 크게 다치거나 연기를 들이마셔 입원 중이거나 치료를 받았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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