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남중국해 군사활동 강화…"화약고 돼간다"

입력 2019-02-22 13:39
英, 남중국해 군사활동 강화…"화약고 돼간다"

'항모 파견' 밝힌 데 이어 미국과 잇달아 합동훈련

英재무장관 중국 방문 취소 등 양국 관계 악화추세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영국이 국제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에서 군사 활동을 강화하면서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2일 보도했다.

이러한 갈등은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이 전날 BBC 라디오와 한 인터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고 SCMP는 전했다.

해먼드 장관은 인터뷰에서 "영국과 중국의 관계는 개빈 윌리엄슨 국방부 장관이 태평양에 항공모함을 파견할 수 있다고 밝힌 후 타격을 입었다"며 "중국은 영국 해군이 남중국해에 배치될 수 있다고 우려해 양국 관계가 복잡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윌리엄슨 장관은 지난 11일 한 연설에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국제사회에서의 입지 강화를 위해 군사력을 활용한 적극적 개입노선을 천명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평화와 전쟁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영국은 국제법을 무시하는 이들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신형 항공모함인 'HMS 퀸 엘리자베스호'를 태평양 지역에 파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윌리엄슨 장관이 밝힌 태평양이 남중국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실제로 영국은 최근 들어 남중국해에서의 군사 활동을 강화하는 추세이다.

영국 해군의 프리깃함 아가일함은 지난달 11일부터 16일까지 남중국해에서 미국 제7함대 소속 미사일 구축함 맥켐벨함과 합동훈련을 했다. 미·영이 남중국해에서 훈련한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말에는 영국, 미국, 일본 3국 해군이 공동으로 대잠수함 작전 훈련을 했으며, 이달 18일에도 영국 군함이 남중국해에서 미 해군과 함께 피랍 선박 탈환 및 보급 훈련을 전개했다.

남중국해는 석유와 가스 등 대규모 천연자원이 매장돼 있어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주변국이 자원 영유권과 어업권 등을 놓고 끊임없이 분쟁을 이어가는 해역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인공섬에 군사시설을 세우고 비행훈련 등을 하며 이 해역을 실질적으로 점유한다는 전략을 펴고 있으며, 미국은 이에 맞서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부터 영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프랑스 등 서방국가들과 합동군사훈련 등을 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군은 최근 남중국해와 서·중부 태평양 해상에서 34일간 해군, 공군, 로켓군이 참가한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하는 등 미국 등의 압박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당초 이달 중순 중국을 방문해 후춘화(胡春華) 부총리 등을 만나려고 했던 해먼드 재무장관의 방중이 갑작스럽게 취소된 것도 영국의 군사활동 강화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반발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SCMP는 "영국이 태평양 항모 파견 계획을 밝힌 이후 중국과 영국의 관계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으며, 남중국해는 중국과 미국, 영국의 갈등으로 인해 위험한 '화약고'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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