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에도 상위 20% 소득 '역대급' 증가 이유는(종합)

입력 2019-02-22 17:40
경기둔화에도 상위 20% 소득 '역대급' 증가 이유는(종합)

일자리 영향…상위20% 가구는 취업자 늘고 하위20%는 줄어

금융·반도체 등 '고용없는 성장'으로 기존 취업자 혜택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작년 4분기 소득 격차가 역대 최악을 보인 원인은 저소득층의 소득이 줄어드는 동시에 고소득층의 소득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난 데 있다.

고소득층의 소득이 급증한 것은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꾸준히 증가하는 임금 인상 혜택을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술혁신으로 생산성이 크게 개선됐지만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하면서 기존의 고소득 취업자에게 성장 과실이 집중된 점도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저소득층의 지갑을 채우려던 최저임금 인상이 정책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 채 엉뚱하게 고소득층의 임금을 높이는 연쇄작용을 촉발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소득 상위 20%(5분위) 가계의 명목소득(2인 이상 가구)은 월평균 932만4천원으로 1년 전보다 10.4% 늘었다. 2003년 통계집계 시작 이후 같은 분기 기준으로 최고 증가율이다.

5분위의 소득을 세부적으로 보면 근로소득이 688만6천원으로 1년 전보다 14.2% 증가하며 소득 내 비중과 증가율 모두 가장 컸다.

같은 기간 소득 하위 20%(1분위)의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36.8% 줄어든 43만1천원이었다는 점과 크게 대비된다.

5분위 가계의 근로소득 증가는 일단 가구 내 취업 인원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5분위 가구의 평균 취업가구원 수는 2017년 4분기 2.02명에서 작년 4분기 2.07명으로 0.05명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1분위 가구의 평균 취업가구원 수는 0.81명에서 0.64명으로 0.17명 감소했다.

작년 취업자 증가 폭은 9만7천명으로 2009년 8만7천명 감소한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어려운 고용 상황에서 그나마 증가한 일자리는 5분위 가구에서 차지했고, 1분위에서는 오히려 일자리를 잃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작년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는 34만5천명 증가했지만, 상대적으로 취약한 임시근로자는 14만1천명, 일용근로자는 5만4천명 각각 줄었다는 점이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경기는 둔화하고 있지만 평균 근로소득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일자리를 유지한 5분위가 그 효과를 그대로 받았다는 의미가 된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일자리 증가가 상용직 위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5분위는 일자리의 양적 증가와 질적 증가를 모두 누리며 근로소득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금융·반도체 등 일부 업종에서 기술혁신에 따른 '고용없는 성장'이 계속되면서 성장 과실이 기존의 고소득 가구 취업자에 집중된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4분기 출판·금융·부동산·전문과학·사업시설 업종에 종사하는 가구주 가계의 월평균 소득은 596만원으로 1년 전보다 21.5%나 상승했다.

이중 대표적인 고소득 업종으로 꼽히는 금융은 최근 핀테크 등으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지만 계속되는 무인화 경향으로 추가 고용 수요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반도체 업종이 포함된 광업·제조업에서 일하는 가구주 가계의 월평균 소득(566만원)도 1년 전보다 7.1% 증가했다.

지난해 구조조정 등 영향으로 제조업 취업자 수가 5만6천명 줄어들었지만, 이들이 가구주인 가계의 소득 증가 폭은 전체 평균(3.6%)을 크게 웃돈 것이다.

여기에는 역대급 호실적에도 고용 유발 효과가 낮아 일자리 창출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한 반도체 업종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부문과 SK하이닉스는 지난해 7월 반도체 '슈퍼호황'으로 100%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기준급 기준 1천700%의 연말 성과급을 지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소득층의 역대급 근로소득 상승에는 예상치 못한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나타났다는 해석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그 선상 아래 있던 이들의 임금 수준이 올라가면, 그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던 이들과 임금이 비슷해지게 된다.

이러면 이 계층 임금도 올라갈 수밖에 없고, 이러한 연쇄적인 영향은 결국 최상위인 5분위의 임금 상승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는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 계열은 실적이 좋았지만 추가로 고용이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고소득 취업자가 혜택을 누렸다"며 "반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보호하려는 이들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고 해석했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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