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北, 국제기구에 식량난 도움 요청" 공식 확인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북한이 식량난을 호소하며 유엔 산하 국제기구들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유엔이 21일(현지시간) 밝혔다.
AP. AFP통신 등에 따르면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한 정부가 식량 안보 상황에 미친 충격에 대처하기 위해 현지에 주재하는 국제 인도주의 기구들의 지원을 요청했다고"고 말했다.
두자릭 대변인은 여러 유엔 기구들이 "인도주의적 요구에 대처할 조기 행동을 취하기 위해 가장 취약한 계층에 대한 식량 안보의 충격을 상세히 파악하기 위한 협의를 북한측과 다각적인 차원에서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측이 제공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쌀과 밀, 감자, 콩을 포함해 모두 140만명분에 해당하는 식량 부족이 예상되고 있다면서 유엔은 "악화되는 식량 안보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고 앞으로도 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자릭 대변인은 유엔과 구호 단체들은 펀딩의 어려움으로 지난해 600만명의 취약계층 주민 가운데 겨우 3분의 1만 지원할 수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억1천100만 달러의 펀딩을 요청했으나 4분의 1만 확보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유엔은 북한 전체 인구의 근 절반인 1천30만명이 식량난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약 41%의 주민들이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두자릭 대변인은 전했다.
북한이 유엔에 긴급 원조를 요청했다는 사실은 NBC방송에 의해 20일 처음으로 보도된 바 있다. 유엔이 대변인을 통해 이를 공식으로 확인한 셈이다.
NBC방송은 북한이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대사 명의로 최근 유엔에 공문을 보내 식량 사정이 악화되고 있고 이 때문에 식량 배급을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2페이지 분량의 이 공문에서 북한은 지난해 11월26일부터 12월 7일까지 세계식량계획(WFP)와 공동으로 작황을 평가한 결과, 곡물 생산량이 2017년보다 50만3천t이 줄어든 495만1천t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식량난이 발생한 배경에 대해서는 이상 고온과 가뭄, 폭우 등의 자연 재해와 함께 "필요한 영농자재의 공급을 제한하는" 국제제재 조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측은 식량 사정이 이처럼 악화됨에 따라 노동자 가구에 대한 배급량을 지난 1월 1인당 550g에서 300g으로 줄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그러면서 올해 40만t의 식량을 수입하고 조기 수확을 통해 40만t을 미리 확보할 계획이지만 공급부족은 여전할 것이며 7월에 가서야 배급량을 겨우 10g늘릴 수 있을 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외신들은 북한이 외부에 식량난을 공개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며 특히 시기적으로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를 거론했다는점이 주목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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