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서 유명 축구선수-외무장관 '국민 고통' 놓고 설전

입력 2019-02-21 18:46
이란서 유명 축구선수-외무장관 '국민 고통' 놓고 설전

이란 체육부, 축구선수 징계위 회부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미국의 제재와 압박으로 이란이 받는 어려움과 관련해 이란의 유명 축구선수와 외무장관이 설전을 벌여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이달 12일(현지시간)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의 연설이었다.

자리프 장관은 테헤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 국민의 저항은 자랑스러운 일이며 우리는 이들을 지지하기 때문에 받는 (미국의) 압박이 자랑스럽다"고 연설했다.

이에 대해 이란의 '축구 영웅' 알리 카리미는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리프 장관, 당신이 연설에서 말한 '압박받는 우리'는 도대체 누구를 가리키느냐. 정부 관료들은 그 '우리'에 포함되지 않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카리미는 이란 축구 사상 최고로 꼽히는 선수로, 정치적인 발언을 자주 한다. 이란에서는 카리미가 정계에 진출하려고 이런 정치와 시사와 관련된 예민한 사안을 언급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자리프 장관은 트위터에 "'우리'에는 너와 내가 없다. 이란은 모두 한배에 탔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하나다"라고 답했다.

이들의 설전에 이란 명문 축구구단 에스테그랄 FC의 유명 현역 축구선수이자 국가대표이기도 한 부리아 가푸리가 가담했다.

가푸리는 15일 인스타그램에 "자리프 장관, 당신은 압박받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는데 정말 압박받는 이들은 보통 서민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같은 날 축구 경기가 끝난 뒤 방송 인터뷰에서 "고기를 사려고 긴 줄을 선 서민들을 보고 정부는 부끄러워야 한다. 정부 관료들의 말은 서민의 상처에 소금을 뿌릴 뿐 전혀 위안이 되지 않는다"며 '돌직구'를 날렸다.

논쟁이 가열되자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18일 연설에서 "스포츠 등 일을 하는 데 국가의 안보와 안정을 이용하는 일부 사람은 어떻게 이 안보가 지켜지는지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금을 쓴 뒤 소금 그릇을 깨버린다. 먹이를 주는 손을 문다'라는 이란 속담을 인용, 국가의 안보 덕에 개인의 이익을 챙긴 뒤 이를 지키려고 희생한 정부를 존중하지 않는 '토사구팽'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연설하고 몇 시간 뒤 이란 체육·청소년부는 가푸리의 인스타그램 글과 방송 인터뷰가 부적절했다며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체육·청소년부는 "운동선수는 정치적인 사안을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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