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빠지는 금융권 노동이사제…국민은행 철회에 기업은행도 험로

입력 2019-02-21 16:35
김빠지는 금융권 노동이사제…국민은행 철회에 기업은행도 험로

기업은행 노조, 내주 최종후보 금융위에 공식 추천…"명문 규정없어 난항 예상"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금융권을 뜨겁게 달구던 노동이사제 논의가 순식간에 가라앉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노동이사제 논의를 선두에서 이끌던 KB금융노동조합협의회가 사외이사 후보 추천안을 철회하기로 했다. IBK기업은행[024110] 노조가 추진 중인 노동이사 추천 전망도 밝지 않은 상태다.

KB노협은 이날 백승헌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백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이 KB금융[105560] 계열사인 KB손해보험에서 수임한 이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률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 미미한 규모지만, 후보 결격 시비가 벌어질 것을 우려해 KB노협이 자진 철회를 결정했다.

이와 동시에 금융권 노동이사제 논의도 타격을 입었다.

KB노협은 지난해부터 3차례에 걸쳐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서를 제출하며 금융권 노동이사제 논의를 선두에서 이끌어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KB노협의) 사외이사 후보추천 철회로 금융권 주주총회 대형 이슈 하나가 사라졌다"며 "사실상 금융권 노동이사제 연내 도입이 물 건너갔다고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기업은행 노조도 노동이사 후보 추천을 준비 중이지만, 명문화된 규정이 없어 실제 도입이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팽배하다.

기업은행 노조는 15일부터 22일까지 노동이사 추천 인사를 접수하고 있다.

다음 주 초에 노조가 최종후보를 선정하고 금융위에 공식적으로 추천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오늘까지도 여러 건의 추천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노조에서 심사를 거쳐 인물을 선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기업은행 노조의 경우 주주제안 등으로 이사를 추천할 길이 열려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은행 정관에 따르면 사외이사는 이사회 내 후보위원회에서 추천하고 은행장이 제청하면 금융위가 임면하게 돼 있다. 노동이사에 대해서는 따로 명시된 규정이 없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노동이사를 선임하려면 원칙적으로는 정관을 개정해 내용을 넣어야 한다"며 "명문화된 구절이 없으니 절차상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반응도 부정적인 톤이 강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노동이사제와 관련해 "공공기관의 근로자 추천 이사회 도입 여부는 기획재정부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기재부에서 방향을 결정하면 금융 공공기관도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타 산업 부분에 앞서 금융부문에 (노동이사제를) 선제 도입할 필요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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