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조 반도체 클러스터' 탈락위기에 천안시·충남도 반발
SK하이닉스, 경기 용인 요청…도·시의회 "수도권 공장 총량제 어긋나"
(천안=연합뉴스) 이은중 박주영 기자 = SK하이닉스가 120조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21일 경기 용인을 요청하자 천안시의회와 충남도의회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천안시의회는 이날 SK하이닉스 반도체 용인시 유치 요청에 따른 성명을 내고 "SK하이닉스의 용인시 입주는 국가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을 지향하는 현 정부의 기조에 정면으로 역행하고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제조업이 포화상태인 수도권에 또다시 대규모 생산시설을 조성한다면, 공장 총량제를 무시하고 특별물량을 배정했던 지난 정부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운 날씨에도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를 위해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동참했던 충남도의회도 수도권 공장 총량제 취지에 어긋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도의회 오인철(천안 6)·한옥동(천안 5) 의원은 이날 오전 도의회 본관에서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천안 유치를 희망하며 얼음물까지 뒤집어썼지만, 예상치 못한 발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오인철 의원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반도체 클러스터는 충남 경제 전체에 파급효과를 미치는 사업인데, SK하이닉스에서 그런 요청을 했다는 것에 너무 서운하다"며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입지를 발표한 것은 아닌 만큼 최종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공장 총량제를 풀어준다면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균형발전 취지에도 역행하는 만큼 성명을 내는 등 행동에 나서겠다"고 역설했다.
도 관계자는 "천안 반도체 산업이 충남지역의 주력산업인 데다 교통의 요지인 만큼 지리적인 강점을 내세웠는데 아쉽다"면서도 "아직 수도권 공장 총량제 준수 등에 대한 검토가 남은 만큼 최종 결과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거론된 천안 종축장은 제조업 혁신 거점지구 등이 검토되는 만큼, 활용 방안이 나오면 충남의 미래산업을 이끌 동력을 만들어내겠다"고 덧붙였다.
도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관련 산업 생태계를 갖춘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결국 용인에 빼앗길 처지에 놓이면서, 도지사와 천안시장의 역할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천안 시민 김모(45) 씨는 "천안 출신의 도지사와 구본영 천안시장이 해외 순방에만 주력하고,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는 소홀했던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양 지사는 일본 외자 유치와 복지시설 벤치마킹을 위해 지난 18일 일본으로 출국했고, 구본영 천안시장도 국제 우호 교류 협약체결 등을 위해 지난 17일부터 브라질 상파울루주 깜삐나스시를 방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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