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조명 '光害' 확산, 식물생육·인간수면에도 영향
일 연구팀, 1초에 수천번 점멸하는 '광해'방지용 LED 개발
세계 첫 '별이 보이는 정도' 조사 인공위성 발사계획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가로등을 비롯한 각종 조명기구의 LED화가 늘면서 인공조명으로 인한 '광해(光害)"가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방범의식이 높아지면서 도시는 물론 농촌지역에도 가로등 설치 등 인공조명이 늘어난데 따른 결과지만 야간조명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막거나 줄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광해는 밤에 '별이 보이지 않는' 것에서부터 농작물의 성장과 결실, 철새가 길을 잃게 하는 등 '야생동물에의 영향', 사람과 동물의 깊은 잠을 방해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NHK가 20일 보도했다.
광해는 벼 생육에서도 확인된다. 가로등 불빛을 받는 논의 벼 생육상태를 비교하면 가로등 불빛이 닿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차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불빛이 닿는 부분의 색깔이 파랗고 이삭도 패지 않은데 비해 가로등에서 떨어져 빛이 닿지 않는 부분의 벼는 색이 누렇고 이삭이 팼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피해는 시금치나 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조명으로 너무 일찍 발아해 잎에 충분한 영양이 공급되지 않아 상품가치가 없어진 시금치다. 이런 피해는 일본 각지에서 확인되고 있다. 야마구치(山口)대학과 애그리라이트연구소가 2009년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100여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농작물의 광해 관련 진정과 보고가 접수됐다. 야마구치현의 한 농가의 논에서는 작년에 10% 정도의 벼가 덜 익어 판매하지 못했다. 인근에 24시간 영업하는 음식점의 조명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 농가의 다른 논도 인접한 대형 슈퍼의 조명으로 절반 가량의 벼를 수확할 수 없게 돼 결국 벼 재배를 포기했다.
농작물이 광해를 입는 메커니즘에 밝은 야마모토 하루히코(山本晴彦) 야마구치대학 교수는 빛을 받으면 식물의 체내시계가 흐트러진다고 지적했다. 식물에게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낮과 밤이 있어 시금치 등은 계속 조명을 받으면 광합성을 계속해 지나치게 빨리 성장한다. 벼 등도 해가 점점 짧아지는 걸 감지, 계절이 가을로 바뀐 걸 인식해 이삭이 패지만 계속 빛을 받으면 계절변화를 인식하지 못해 언제 이삭을 팰지 판단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야마구치 교수 연구팀은 조명기구의 광해를 막을 수 있는 LED를 개발했다. 사람의 눈에는 일반 조명기구처럼 보이지만 1초에 수천번 초고속으로 점멸을 계혹해 농작물은 조명이 꺼진 것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광해의 구체적 실태는 아직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일본 환경성은 광해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밤 하늘의 별이 보이는 정도'를 겨울과 여름 등 연 2회 조사하기로 했다. 후쿠이(福井)대학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FUT-SAT'위성에 카메라를 설치, 지상 부근을 촬영해 가로등 등 인공조명이 어느 정도인지 정밀 조사하기 위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별이 보이는 정도' 조사 전문 위성을 올 가을 발사한다는 계획이라고 NHK가 전했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