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시아, 베네수엘라 둘러싼 '원조 전쟁'

입력 2019-02-21 10:27
美-러시아, 베네수엘라 둘러싼 '원조 전쟁'

러 의약품 300t 도착…美 원조물품 23일 반입 'D-DAY'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미국과 러시아가 정국 혼란의 베네수엘라를 둘러싸고 '원조 전쟁'(aid wars)을 벌이고 있다.

AP통신은 19일(현지시간) 러시아 정부가 지원하는 의약품과 의료장비가 베네수엘라에 도착했다는 러시아 국영 통신사의 보도를 인용하면서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 양상을 이같이 표현했다.

이날 러시아 언론이 보도하기 몇 시간 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300t 분량의 의약품 등이 러시아로부터 공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원조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최근 잇따라 지원하는 인도주의 원조 물품이 콜롬비아 국경 지역에서 반입되지 못한 채 쌓여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있는 중남미협회의 부회장을 맡은 드미트리 로젠탈은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정신적, 인도적, 경제적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며 "미국의 제재에 따른 피해를 줄이는 원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의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국영석유기업의 자산 동결 등 제재를 가한 것과 관련해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마두로의 퇴진을 주장하며 대치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오는 23일을 미국의 원조 물품을 반입시키는 디데이(D-DAY)로 천명한 것과 관련 러시아측은 무모한 행위이자 미국의 군사 개입을 요청하기 위한 구실이라고 지적한다.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인도적 원조가 정말 필요하다면 이러한 일에 전문성을 가진 유엔 기구를 활용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미국의 국제구호단체 머시코(Mercy Corps)측 관계자는 "원조가 미국과 베네수엘라 정부간 정치적 체스 게임의 담보물이 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원조가 정치적 미끼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베네수엘라 유엔 사절단은 46개국 외교관들에게 미국의 '군사적 개입' 압박과 관련해 유엔 헌장의 내정 불간섭 규약을 강조하고 군사적 위협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회동을 22일 하자고 제안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hope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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