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야권 임명 대사, 코스타리카 자국 대사관 점유

입력 2019-02-21 07:37
수정 2019-02-21 10:09
베네수엘라 야권 임명 대사, 코스타리카 자국 대사관 점유

코스타리카 외교부 "성급한 점유" 비판…베네수 외교장관도 반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베네수엘라 야권이 임명한 대사가 코스타리카에 있는 자국 대사관을 점유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임명한 마리아 파리아 코스타리카 대사는 이날 오전 수도 산호세에 있는 베네수엘라 대사관에 진입했다.

파리아 측은 성명을 내 "우리는 이행 절차를 앞당기기 위해 대사관에 왔다"며 질서정연한 전환을 확보하기 위해 법률 고문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 코스타리카 정부는 파리아 대사가 기존 대사관 직원들의 출국 마감 시한에 앞서 대사관을 성급하게 점유한 것을 비판했다.

코스타리카 외교부는 "우리 정부로서는 이런 절차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번 행위는 국제법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존경과 신뢰라는 기본적인 외교 규범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코스타리카 정부는 야권과 파리아 측에 항의 외교 서한을 보낼 계획이다.

앞서 코스타리카 정부는 지난 15일 과이도 의장을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면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임명한 베네수엘라 대사와 대사관 직원들에게 60일 이내에 출국하라고 통보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 야권 임명 대사, 코스타리카 자국 대사관 점유/ 연합뉴스 (Yonhapnews)

호르헤 아레아사 베네수엘라 외교부 장관도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아레아사 장관은 트위터 계정에 "오늘 아침에 도둑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낯선 사람들이 주 코스타리카 대사관에 난입했다"면서 "코스타리카 정부는 외교 관계 협약을 이행하고 우리 직원을 비롯해 시설의 안전과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고 적었다.

마두로 대통령은 작년 5월 치러진 대선에서 68%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한 뒤 지난달 10일 두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작년 대선 당시 주요 야당이 불참 선언을 한 가운데 일부 야권 후보가 출마했지만 마두로 대통령의 재선을 막지 못했다.

야권은 유력후보들이 가택연금과 수감 등으로 선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치러진 대선은 무효라며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과이도 의장은 지난달 23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현장에서 자신을 '임시 대통령'으로 선언, 베네수엘라에서는 초유의 '두 대통령 사태'로 촉발된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50여 서방국은 과이도 의장을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반면에 러시아, 중국, 이란 등은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국제 대리전' 양상도 띠고 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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