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 인수 포기 시신도 '존엄한 죽음' 절차 거친다
무연고자 외 경제적 이유 장례 포기 전국 첫 공영장례 지원
(김해=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무연고사망자 대부분은 가족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이 또 다른 가족의 시신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부모가 자식의 시신을 포기하고, 자식이 부모의 시신을 포기합니다. 이젠 죽음마저도 점점 개인과 가족 공동체가 대응하지 못하고, 해결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지난해 9월 김해시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에 장례지도사 한 명이 평소 느낀 점을 가감 없이 밝히며, 무연고자와 저소득 주민 사망 때 최소한의 장례절차를 지원하고 고인의 존엄성을 유지해줬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
이 제안이 들어온 데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무연고자 사망 때 최소한의 장례절차도 없이 '존엄한 죽음'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상황을 개선해보라는 정책을 권고했다.
최근에는 출생신고도 없이 무연고자로 이름도 없이 20살이 넘도록 병원에서만 살다가 사망한 서울의 무연고자 '무명 김경철 씨' 사연도 복지 담당 공무원들의 눈에 밟혔다.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김해시는 장례 사각지대 지원을 위해 지난 12일 '공영장례지원 조례'를 제정·공포했다.
무연고 사망자와 고독사 등의 경우 건당 150만원가량을 지원, 공영장례 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했다.
시는 특히 전국 최초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시신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광역단체 최초로 무연고자나 고독사한 시민 등에게 장례의식을 지원하는 추모 지원 서비스 '그리다'를 시행하고 있고 일부 지자체도 이들에게 공영장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해시는 연고자가 있더라도 경제 사정상 망자의 시신을 인수하지 못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하는 경우까지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했다.
서울시 등에선 시신을 포기하겠다는 서류를 작성하면 결국 무연고로 처리하지만, 김해시는 딱한 사정이 확인되면 시신을 포기하지 않는 대신 시가 지원하는 최소한의 경비로 장례를 치르도록 하는 것이다.
시는 일부 연고자 측에서 지원금을 노려 시신 포기 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많아지지 않을까 고민과 토론을 많이 했지만 그대로 시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김해에서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한 시신은 총 23건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21건은 연고자가 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시신 인수를 포기한 경우다.
무연고자로 분류되면 지금까진 아무런 절차도 없이 바로 시신을 화장해 추모공원에 10년간 안치하다가 연고자가 나타나면 유골을 인계해왔다.
앞으론 장례식장에서 '존엄한 죽음'을 위해 1일장 기준으로 추모의식용품, 장의용품, 의전용품, 인력서비스, 시설물 사용료 등 장례서비스를 제공한다.
김해시는 20일 공영장례 지원사업을 위해 지역 장례식장 15곳과 업무협약을 체결, 대상자가 어느 장례식장을 이용하든 공영장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허성곤 시장은 "공영장례 서비스 지원으로 더는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는 시민이 없었으면 한다"며 "시가 나서 사정상 시신 인수를 못 하는 유가족의 슬픔까지도 안아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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