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차왕 엄복동' 정지훈 "자전거 특훈, 지구 한 바퀴 돌았죠"

입력 2019-02-20 13:24
수정 2019-02-20 20:39
'자전차왕 엄복동' 정지훈 "자전거 특훈, 지구 한 바퀴 돌았죠"

"올 연말 앨범 내고 콘서트 투어"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자전거 페달을 밟고 또 밟았다. 혼자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6∼7개월간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420m 트랙을 무한 반복으로 돌았다. 몸이 힘든 것은 누구보다 잘하는 그였지만, '외로움과 싸움'은 쉽지 않았다. "트랙을 돌며 '나는 누구인가, 지금 어디에 있는가'하는 생각이 들었죠."

데뷔 20년 차 가수 겸 배우 정지훈(비·37) 이야기다. 그는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에서 타이틀롤을 맡았다. 일제강점기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자전차대회'에 우승해 동아시아에 이름을 떨친 실존 인물 엄복동을 그린 작품이다.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정지훈은 촬영 당시 힘든 기억을 하나둘씩 꺼냈다.

그는 모든 자전거경주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 이를 위해 국가대표 사이클 선수들이 받는 훈련을 3개월 반가량 똑같이 받았다. 촬영 중에도 말만 트랙이지, 흙바닥과 다름없는 곳에서 하루 8시간씩 질주하며 연기했다. 훈련과 촬영 기간 모두 합하면 지구 한 바퀴 정도를 자전거로 돌았다고 한다. 체력 좋기로 소문난 그이지만, 그때를 떠올리며 혀를 내둘렀다. 정지훈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타다 보니 마치 개미지옥에 빠진 것 같았다"면서 "상대적으로 건강한 저도 힘든데, 보조 출연자분들은 탈진하거나 토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자전거를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이 타다 보니 허벅지가 엄청 두꺼워졌어요. 원래 32~33 사이즈 바지를 입는데, 그 사이즈를 입으면 허벅지가 맞지 않아서 38~40 사이즈를 입고 허리띠를 졸라맸죠. 지금은 안 먹고, 살 빼는 운동을 해서 허벅지 근육을 줄였습니다."



그의 한국영화 출연은 '알투비: 리턴 투 베이스'(2012) 이후 7년 만이다. 정지훈은 선배 연기자이자, 이 영화 제작자인 이범수가 건넨 시나리오를 읽고 "박진감 넘치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엄복동 선수를 알리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영화 속 엄복동은 궁핍하지만 그 누구보다 순수하고, 자전거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인물로 그려진다.

"자료를 찾아보니까 엄복동 선수는 손기정 선수만큼 대단한 분이셨더라고요. 물론 그분의 말년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요. 제 주변 친척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들은 조언과 각종 자료를 토대로, 엄복동을 순수하고 올바른 청년으로 생각하고 연기했죠."

영화가 완성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감독이 교체됐다가 다시 합류했고, 자연재해 등으로 촬영이 당초 일정보다 3개월가량 더 늘어났다.

그는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어떤 외부의 영향이 있더라도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모든 스태프가 한여름에 고생을 많이 했지만, 누구 한명 이탈하는 사람 없이 열심히 찍었다"고 강조했다.



정지훈은 2017년 톱스타 김태희와 결혼해 딸을 뒀다. 달라진 점이 있을까.

"결혼도 했고, 불혹의 나이를 바라보고 있으니 조금 더 어른스러워져야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음악 하는 사람들은 아이 같은 면이 있거든요. 그런 면이 없으면 요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죠. 어른스러워져야 하는데, 클럽에 가서 요즘 젊은이들이 듣는 음악도 들어야 하니까,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내친김에 김태희와 딸의 근황을 물어보자, 그는 "가족과 일은 철저히 분리하려고 한다"면서 "제가 사랑스러운 딸을 자랑했을 때 언젠가 칼과 화살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가수와 배우로서 20년간 활동한 그는 최근 고민도 가감 없이 털어놨다.

"제 직업이 두 개이다 보니 가끔 헷갈리기도 합니다. 어느 순간 둘 중 하나는 내려놔야 하는 시기가 오겠죠. 댄스 가수는 유통기한이 있으니까요. 다만, 전 제 몸이 움직일 때까지 제 스타일대로 춤을 출 것이고, 체력관리를 해서 그 유통기한을 조금 늘려보려고 합니다."



정지훈은 요즘 젊은 친구들과의 소통에 부쩍 공을 들인다.

그는 "10~20대에 먹히는 음악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된다"면서 "가끔 클럽에 가는 것도 노래를 좀 만들 줄 아는 젊은 사람들을 섭외하고, 만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정지훈은 대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이 만드는 독립 단편 영화에도 기꺼이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들 중에 제2의 박찬욱, 봉준호 감독이 나올지 누가 알겠습니까. 저는 배우로서 경력을 쌓아가는 단계인 만큼 작은 역할이라도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안성기 선배님처럼 천천히 오랫동안 작품을 하는 게 제 꿈이에요."

정지훈은 차기작으로 드라마와 영화 출연을 논의 중이며, 올 연말에는 앨범을 내고 콘서트 투어에도 나선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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