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현대차 '엔진결함 은폐의혹' 고발 2년 만에 본격수사(종합2보)

입력 2019-02-20 17:21
수정 2019-02-20 17:27
검찰, 현대차 '엔진결함 은폐의혹' 고발 2년 만에 본격수사(종합2보)

본사·남양연구소·공장 등 품질관련 부서 전방위 압수수색

내부고발로 알려져…뒤늦은 강제수사에 '늑장' 논란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박초롱 기자 = 현대·기아차가 엔진 등 차량 제작결함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검찰이 강제수사에 나섰다.

시민단체가 '결함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고발장을 제출한 지 거의 2년 만에 수사가 본격화한 셈이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형진휘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 본사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차량 품질관리 관련 내부 문서와 전산자료를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와 시민단체가 고발한 현대기아차의 리콜 규정 위반 사건과 관련해 혐의 유무 판단을 위한 자료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현대차 압수수색…차량결함 은폐 의혹 본격 수사 / 연합뉴스 (Yonhapnews)

압수수색 대상지는 본사 외에도 남양연구소, 생산공장 등 연구·개발 및 품질관리 업무를 담당한 부서가 폭넓게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세타2 엔진, 에어백, 기타 부품 등의 제작결함을 현대·기아차가 은폐했다는 의혹을 두고 고발 및 수사의뢰가 이뤄진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앞서 시민단체 서울YMCA 자동차안전센터는 2017년 4월 세타2 엔진의 제작 결함과 관련해 현대차 측이 결함 가능성을 은폐했다며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등을 고발했다.

현대·기아차가 2013년 8월 이전 생산된 세타2 엔진 사용 차량 5종에서 시동 꺼짐 등 위험을 가진 제작결함이 발견됐음을 인정하고 총 17만여대 차량의 자체 리콜 계획을 발표한 직후의 일이다.



국토부는 당시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를 열어 세타2 엔진의 리콜 조치 여부를 심사할 예정이었지만, 현대차가 리콜 계획을 제출함에 따라 제작결함 조사절차를 종료하고 별도의 수사의뢰나 고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당시 서울YMCA는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2010년부터 8년간 결함을 부인하다가 국토교통부 조사결과 발표가 임박하자 리콜 계획을 제출했다"며 '늑장 리콜'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같은 해 5월 세타2 엔진 건 외에 현대·기아차의 제작결함 5건과 관련해 12개 차종 23만8천대의 강제리콜을 명령하면서 의도적인 결함 은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해당 강제리콜 대상에는 ▲ 제네시스(BH)·에쿠스(VI) 캐니스터 결함 ▲ 모하비(HM) 허브너트 풀림 ▲ 아반떼(MD)·i30(GD) 진공파이프 손상 ▲ 쏘렌토(XM)·카니발(VQ)·싼타페(CM)·투싼(LM)·스포티지(SL) 등 5종 R-엔진 연료 호스 손상 ▲ LF쏘나타·LF쏘나타하이브리드·제네시스(DH) 등 3종 주차 브레이크 경고등 불량 등이 포함됐다.

국토부는 김광호 전 현대차 부장의 내부 제보문건을 근거로 현대차가 2016년 5월께 이들 부품의 문제점을 인지하고도 리콜 등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대차 엔지니어로 일했던 김 전 부장은 문제의 세타 엔진2 결함을 포함해 32건의 결함 의심 사례를 국토부 등에 제보했다가 사내 보안규정 위반을 이유로 2016년 해직된 바 있다.

당시 김 전 부장은 현대차가 문제의 세타 엔진을 탑재한 2011~2012 쏘나타 47만대를 미국에서만 리콜하고 한국에서는 결함을 숨겼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를 국토교통부 등에 제보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엔진 결함은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한 2011~2012 쏘나타에만 해당하는 문제로 한국에서는 리콜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해 왔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에 앞서 최근 김 전 부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밖에 국토부가 싼타페 조수석 에어백 결함 미신고 건과 관련해서도 결함을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2016년 10월 이원희 당시 현대차 사장을 검찰에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서도 함께 조사할 예정이다.

자동차관리법과 시행규칙에 따르면 제작사는 결함을 안 날로부터 30일 안에 시정계획을 수립해 이를 알려야 한다. 이 의무를 위반해 결함을 은폐하거나 축소·허위 공개할 경우 10년 이하 징역형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한편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세타2 엔진 관련 고발사건을 2년 가까이 묵혀 두고 뒤늦게 압수수색에 나선 것을 두고 '늑장 수사'라는 지적이 인다. 국토부 등이 수사의뢰나 고발 직후 관련 자료를 곧바로 제출했는데도 시간을 끌어 의미 있는 자료 확보가 어려워졌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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