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무덤서 나온 항아리는 '백자'…역사 300년 이상 소급
도쿄국립박물관 연구팀 확인…표면에 유약·고온에 구워 '유리질'로 변화 등 백자 특징 갖춰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삼국지에 등장하는 고대 중국의 영웅 조조의 묘로 추정되는 3세기 유적에서 출토된 항아리가 이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져온 '백자(白磁)'로 판명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6~7세기로 추정해온 백자 출토 시기가 300년 이상 소급되게 됐다.
이 항아리는 2009년 중국 허난(河南)성 안양(安陽)시에 있는 고대 묘에서 이뤄진 발굴조사에서 출토했다. 작년 말부터 현지에서 실물 조사를 진행해온 도쿄(東京)국립박물관 연구팀은 이 항아리가 표면에 투명한 유약을 바른 점과 고온으로 구워 유리질로 변화한 점 등 백자의 특징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NHK와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 언론이 20일 보도했다.
발굴된 항아리는 높이 13.4㎝, 입구 직경 8.7㎝ 크기로 끈을 꿰는 고리가 4개 붙어있다. 2008년 발굴을 시작한 무덤에서 관을 안치한 주실 앞 방에서 출토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백자는 6세기 말 중국 유적에서 출토한 게 가장 오래된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번에 발견된 항아리는 무덤 조성 당시의 부장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백자 출토역사를 3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는 셈이다.
백자는 13세기 원(元)대 이후 황제의 그릇으로 자리 잡아 전용 가마(窯)도 만들어졌지만 초기 역사는 밝혀지지 않은 게 많다.
이치모토 루이(市元?) 도쿄국립박물관 주임연구원은 "(발굴된 항아리를) 백자의 역사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할지 대단히 흥미롭다"면서 "삼국지 시대는 전란이 계속돼 문화, 미술적으로는 주목받지 못한 시기인데 백자가 발견됨으로써 삼국지 당시의 실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조는 위(魏), 오(?), 촉(蜀) 3국이 패권을 다투던 3세기 중국의 무장으로 위나라의 기초를 닦은 인물이다. 그의 무덤의 위치는 여러가지 설이 분분해 오랫동안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으나 2009년 허난성 안양시에서 이뤄진 발굴조사에서 중국 정부계 연구기관이 조조의 묘라고 판단했다.
중국 정부기관은 그런 판단의 근거로 출토품과 무덤의 구조가 후한~삼국지 시대의 특징을 갖추고 있는 점, 묘 전체 면적이 740㎡나 되는 등 왕이나 권력자의 무덤 규모인 점, 당(唐)시대에 걸친 여러 문헌자료에 조조의 무덤임을 보여주는 기술이 등장하는 점 등을 들었다. 특히 무덤에서 조조를 가리키는 표현인 '위 무왕(魏武王)'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돌판(石板)이 발견돼 조조의 묘로 판단하는 유력한 근거가 됐다.
백자는 백색 점토에 회(灰)를 주성분으로 하는 투명한 유약을 발라 1천300도의 고온에서 구워내는 자기(磁器)다.
중국에서 기원했으며 명(明)대에는 경덕진(景??)에서 만들어져 세계로 퍼져 나갔다. 자기제조 자체는 은(殷)나라 시대인 기원전 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 가지만 백자는 점토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거나 유약을 발라 정제하는 등 흰색을 내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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