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재킷 만들고 한복 패션쇼 연 카를 라거펠트

입력 2019-02-20 10:15
수정 2019-02-20 10:38
한글 재킷 만들고 한복 패션쇼 연 카를 라거펠트

서울서 사진전 개최·개인 매장 개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패션 브랜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로 지난 19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세상을 떠난 카를 라거펠트는 세계 패션계 거장이었다.

'패션 마이스터'로 불린 라거펠트는 재킷에 한글을 디자인 요소로 활용하고, 한복 패션쇼를 여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과도 인연을 이어왔다.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을 관람할 때 입은 샤넬 재킷은 동행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가 "정말 아름답다"고 칭찬해 화제를 모았다.

이 재킷은 샤넬이 한국에서 개최한 크루즈 패션쇼에서 선보인 작품으로 검정 배경에 '한국', '서울', '코코', '샤넬', '마드모아젤' 같은 한글을 흰색으로 직조한 점이 특징이다.

라거펠트가 한글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글자'로 평가하며 조형미를 극찬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라거펠트는 2015년 5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한복을 모티프로 삼아 만든 드레스로 크루즈 패션쇼를 개최하기도 했다. 샤넬이 유럽 상류층을 겨냥해 만든 크루즈 컬렉션 패션쇼가 서울에서 열리기는 처음이었다.

당시 패션쇼에서 모델들은 가체를 머리에 올리고 저고리와 치마를 원피스 형태로 만든 옷을 입고 등장해 시선을 끌었다.

그는 2016년 4월 자기 트위터에 '카를 라거펠트' 매장 서울 진출을 알리며 "나는 한국을 사랑합니다"라고 쓴 이미지를 올리기도 했다.



라거펠트는 패션뿐만 아니라 사진에도 관심이 많았다. 샤넬 컬렉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자 직접 카메라를 들고 패션, 인물, 정물, 풍경, 건축 사진을 촬영했다.

그가 남긴 사진은 2011년 종로구 대림미술관에서 처음 소개됐고, 이듬해에도 강남구 비욘드 뮤지엄에서 '리틀 블랙 재킷' 전시회를 통해 선보이기도 했다. 두 번째 사진전은 송혜교, 커스틴 던스트 등 유명인 100명이 샤넬 재킷을 입은 사진으로 꾸몄다.

그의 부음에 국내 패션계 인물들도 명복을 빌었다.

모델 수주는 인스타그램에 "당신과 샤넬이 내 인생을 바꿨기에 영원히 감사한다"며 "당신을 그리워하고, 흠모하고, 존경하고, 기억하겠다"고 적었다.

스타일리스트 한혜연도 인스타그램에 라거펠트 흑백사진과 함께 명복을 비는 영어 문구인 'R.I.P(Rest in peace) 카를 라거펠트'를 올렸다.

[로이터 제공]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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