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가 누워있었다"…묘석에 새겨진 북한과 베트남의 우정

입력 2019-02-19 16:58
"동지가 누워있었다"…묘석에 새겨진 북한과 베트남의 우정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베트남 북부 박장성에는 북한군 조종사 묘역이 있다.

이곳에는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북한군 조종사 14명의 시신이 묻혀 있었다. 지난 2002년 이들의 유해는 북한으로 송환됐지만, 묘석 14기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묘역 관리인 즈엉 반 더우는 19일 AP통신에 "이들이 전사했을 때 베트남 국민은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한 전사자와 똑같이 대했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1966년 9월 북베트남은 전투기 30대를 운영할 수 있는 조종사 3개 중대를 파견하겠다는 북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북한은 베트남전 기간 조종사 90명을 포함해 공군 200∼400명을 북베트남에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 조종사는 북베트남 군복을 입고 박장성의 KEP 공군기지에 배속돼 미그-17 전투기를 몰았다.

베트남 공군 조종사 부 응옥 딘은 전쟁 당시 북한군 조종사와 함께 작전을 수행했다.



그는 헝가리 공군 장교 출신 역사학자 이스트반 토페르체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부모나 친척이 중앙당위원회 정치국 위원인 사람을 골라 조종사로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것을 비밀로 했기 때문에 북한 조종사들의 손실비율을 알지 못했지만, 그들은 미군 전투기 26대를 격추했다고 했다"며 "그들은 용감히 싸웠지만, 너무 느리고 기계적이어서 자주 격추됐다"고 회고했다.

즈엉 반 더우 역시 참전 용사다. 그는 1966년 북베트남군에 입대했으며 현재 호찌민 시인 사이공 외곽에서 싸우다 무릎에 총을 맞고 3년 후 제대했다.

그는 "우리나라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북한 조종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군인으로서 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국적과 관계없이 그들은 내 동지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있는 북동쪽을 바라보며 2줄로 서 있는 묘비 뒤에는 '여기 14명의 북한 동지가 누워있었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추모비가 세워졌다.

유해 송환 뒤 이곳을 찾는 발길을 뜸해졌지만 즈엉 반 더우는 묘역을 계속 관리할 생각이다.

북한 조종사가 전사한 지 수십 년이 지났고 베트남은 오는 27일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 중이다. AP 통신은 "두 공산주의 국가의 우정은 명백해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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