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직원, '쿠션 청탁' 받으면 일반인이라도 보고 의무(종합)
'한국판 로비스트 규정' 시행 1년간 분석…대기업·전관·변호사 순
외부인 접촉 관리 규정 강화…보고 대상에 기자의 정당한 취재는 제외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작년 한 해 이른바 '한국판 로비스트 규정'을 근거로 공정거래위원회 직원이 만나 신고한 외부인의 ⅓은 대기업 대관(對官)팀 직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외부인 접촉 관리 규정을 한층 강화하고 관련 통계를 자주 공개할 계획이다.
19일 공정위에 따르면 '외부인 접촉 관리 규정'(훈령)을 작년 1월 1일부터 1년간 시행한 결과 보고 건수는 총 2천344건, 3천881명(누적 인원)으로 집계됐다.
훈령에 따르면 공정위 직원은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심사대상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회계사 중 공정위 사건 담당 경력자,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회사 대관팀 소속자, 공정위 '전관'을 만나면 5일 안에 감사담당관에게 서면 보고해야 한다.
접촉 통계를 분석한 결과 월평균 보고 건수는 195건이었다.
1∼8월까지는 월평균 147건이었지만, 9월 이후 월평균은 291건으로 크게 늘었다. 작년 8월 20일부터 퇴직자와의 공적 대면 접촉이나 전화 등 공적 비대면 접촉도 보고하도록 하는 등 규정을 더 강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접촉 사유는 70.5%(1천653건)가 자료제출·진술 조사 등 진행사건 관련 접촉이었다. 이어 법령질의·행사 등 기타 업무 13.6%(318건), 안부 인사 5.0%(118건), 강연 등 외부활동 4.8%(112건), 경조사·동문회 등 기타 3.4%(80건) 등이 뒤를 이었다.
접촉 장소는 청사 안이 57.2%(1천341건), 전화·이메일 등 비대면 접촉 32.8%(768건), 세미나·강연 등 청사 외 접촉 10.0%(235건) 순으로 나타났다.
접촉 외부인을 보면 36.2%인 1천407명이 대기업집단 소속회사 대관팀 직원이었다. 이어 공정위 퇴직자(31.1%·1천207명), 법무법인 등 법률전문 조력자(29.8%·1천155명) 등이 뒤를 이었다.
외부인과 접촉한 내부직원 누적 수는 2천853명으로, 대기업 관련 사건 처리가 많은 카르텔조사국(17.3%), 기업집단국(14.7%), 시장감시국(13.9%) 소속 직원이 다수였다.
공정위는 규정 시행으로 직원과 외부인이 서로 불필요한 접촉 자체를 줄이는 노력을 한 것으로 평가했다. 실례로 공정위 퇴직자의 청사 출입은 2016년 784명에서 2017년 596명, 작년 285명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운영상 허점도 있었던 만큼 훈령을 한층 강화해 이날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새 훈령은 조사정보 입수 시도, 사건 관련 부정 청탁, 사건업무 방해 행위,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행위 등이 있을 때 해야 하는 '즉각 접촉 중단 및 보고' 상대방을 보고 대상 외부인에서 모든 외부인으로 확대했다.
보고 대상 외부인이 그렇지 않은 제삼자를 통해 접촉하는 이른바 '쿠션 청탁'을 막으려는 조처다.
아울러 접촉 중단 대표 사유에 '사건 배정 및 담당자 지정 청탁'도 추가했다. 작년 2월 한 법무법인 소속 전관이 이러한 시도를 해 1년 접촉 금지 조처를 내린 점을 반영했다.
새 훈령은 아울러 공정한 사건처리를 저해한 외부인의 공정위 접촉 금지 기간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강화했다.
아울러 공정위 직원이 보고 의무를 위반하면 1년에 1회는 경고, 2회는 징계라는 원칙을 정했다.
공정위는 외부인 접촉 통계를 올해 1분기부터 정기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유성욱 공정위 감사담당관은 "이번 강화 방안으로 내부직원과 외부인 간 접촉을 더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됐다"며 "더 투명하고 공정한 사건처리에 기여하고 공정위가 국민으로부터 더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새 훈령 발표 뒤 접촉 중단 및 보고 상대방을 모든 외부인으로 확대한다는 조항에 '기자의 정당한 취재 활동은 예외로 한다'는 취지를 단서로 달겠다고 알려왔다.
언론 취재 활동을 '조사 정보 입수 시도'로 해석하면 취재 활동이 모두 보고 대상이 되기 때문에 '언론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비판을 수용했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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