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편입시험 문제·답안 빼내 학교 게시판 뒤에 숨겨 전달"

입력 2019-02-19 11:41
수정 2019-02-19 13:44
"의대 편입시험 문제·답안 빼내 학교 게시판 뒤에 숨겨 전달"

고신대 의대 입시비리…범행 정황 담긴 CCTV·문자메시지에 덜미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 교수가 아들을 자신이 근무하는 의과대학 편입시험에 합격시키기 위해 교직원과 짜고 문제와 모범답안을 유출한 사건의 범행수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경찰 수사 결과를 보면 부산 고신대병원 김모(58) 교수는 같은 대학 교직원 A씨와 짜고 편입시험 문제와 답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당시 정황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교직원 A씨는 지난해 1월 26일 오전 1시께 고신대 의과대학 1층에 들어섰다.

그는 전날 출제위원들이 작성한 의대 편입 면접시험 문제 9개 문항과 모범답안의 키워드를 적은 쪽지를 1층 게시판과 벽 사이에 아무도 몰래 끼워 놓는다.

A씨는 이어 김 교수에게 '게시판에 넣어 두었습니다. 확인하세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 교수는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같은 날 오전 10시께 시험 문제와 모범답안 핵심어가 적힌 쪽지를 찾아갔다.

김 교수는 아들에게 모범답안을 외우게 했고, 김 교수 아들은 당일 오후 있었던 면접시험에서 외운 대로 답변했다.

묻힐 뻔한 이들 범행은 김 교수 아들이 전날 교수들이 문제와 답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한때 포함했다가 삭제한 '오답' 일부 내용을 그대로 말하면서 꼬리가 밟혔다.

면접위원들은 시험 문제가 유출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범행 당일 오전 1시께 A씨가 의과대학 사무실을 출입하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했다.

또 압수한 A씨와 김 교수 휴대전화를 복구해 범행 정황을 담은 문자메시지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들을 추궁해 범행 사실을 자백받았다.

김 교수는 다른 대학에 다니는 아들을 자신이 근무하는 의과대학에 편입시키려고 지난해 1∼2월께 A씨와 짜고 시험 문제와 모범답안을 유출했다.

김 교수 아들은 교수들이 출제과정에서 삭제한 오답 내용까지 외웠다가 면접시험에서 이를 대답하는 바람에 교수들로부터 시험 문제 유출 의심을 샀다.

고신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고려학원은 이 사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교원징계위원회를 열어 지난 12일 자로 김 교수를 해임했다.

검찰은 두 사람을 약식기소했지만, 부산지법 서부지원 재판부 결정으로 정식 재판이 열리게 됐다.



osh998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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