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구체논의 들어갔나…비핵화 상응조치 주목
CNN "북미, 연락관 교환 논의"…美연락관팀 구성 등 세부계획 마련 시사
연락사무소, 상응조치 중 하나로 유력…北은 제재 완화 등 '+α' 원할 듯
94년 제네바합의 이후 美 평양에 연락사무소 부지까지 정했다 무산 전력도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2차 북미정상회담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미가 서로 연락관을 교환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상응조치의 일환으로 거론돼온 연락사무소 설치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맞물려 꽤 구체적인 수준까지 논의되고 있다는 뜻일 수 있어 1994년 제네바 합의에 포함됐다가 성사되지 못한 북미 연락사무소가 이번에는 실현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미 CNN방송은 18일(현지시간) 북미가 서로 연락관을 교환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 중이며 이러한 조치는 공식적 외교 관계 수립을 향한 점진적 조치가 될 것이라고 복수의 고위급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미국 측에서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고위급 외무공무원의 인솔하에 여러 명의 연락관이 북한에 사무소 설치를 위해 파견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보도 내용대로라면 북미가 '의제 테이블'에 연락사무소 개설을 올려둔 것을 넘어 사무소 개설을 위한 세부 논의까지 어느 정도 진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북미가 연락사무소 개설에 합의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건네질 상응 조치의 일환으로 미국이 그려둔 '연락사무소 설치 로드맵'을 두고 북미 간에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연락사무소 설치는 종전선언 등과 더불어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응해 내놓을 상응 조치 중 하나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연락사무소 설치가 합의되면 70년간 이어져 온 북미 적대관계 종식의 신호탄으로 평가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명기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위한 노력'의 구체적 결실이기도 하다.
미국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이뤄진 새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정착, 완전한 비핵화라는 합의사항마다 진전을 보고 싶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해왔다. 최근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례적으로 제재 완화까지 거론하며 북한에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요청하기도 했다.
북한은 연락사무소 개설이나 종전선언 정도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결국 연락사무소와 종전선언 등을 상응조치의 기초로 두고 북미가 '영변+α'와 제재 문제에서 어떤 조합으로 합의를 이뤄내게 되느냐가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연락사무소 설치는 1994년 제네바 합의에도 포함됐지만 실행되지는 못했다.
당시 북미는 비핵화의 단계별 진전에 따라 연락사무소를 교환·설치하고 관심 사항의 진전에 따라 양국관계를 대사급으로 격상시켜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합의했고 이에 따라 같은 해 12월 워싱턴에서 연락사무소 개설 협상이 시작됐다.
이듬해 9월 미 국무부는 평양에 설치될 미 연락사무소의 부지를 정해 발표하고 이후 평양주재초대연락사무소장으로 스펜서 리처드슨 전 국무부 한국과장과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한국과장을 연이어 내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제네바 합의가 좌초되면서 연락사무소 설치는 무산됐다
2차 북미정상회담의 개최지이자 미국이 시사하는 북한의 발전 모델격인 베트남도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연락사무소 설치라는 중간 단계를 거쳤다.
베트남전 이후 미국은 베트남에 대한 강력한 경제제재를 이어오다가 1980년대 들어 베트남전 미군 실종자에 대한 회담을 시작하면서 관계 개선에 물꼬를 텄다.
이후 부분적 제재 완화가 이뤄진 데 이어 1995년 1월 미국과 베트남 사이에 연락사무소 개설협정이 체결됐다. 같은 해 2월에는 베트남에 대한 경제제재가 해제됐으며 7월에는 국교 정상화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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