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누가 입을 데리고 갔다·퍼스트 러브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 누가 입을 데리고 갔다 = 박미란이 5년 만에 선보인 두 번째 시집.
누군가 입을 가져가 버린다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수많은 말들은 어떻게 될까.
시인은 모든 말을 차갑게 얼려 고이 쌓아뒀다가 언젠가 그 말들이 별 볼 일 없게 느껴질 때쯤 몸 밖으로 풀어내려 한다.
첫 시집까지 20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정도로 많은 것을 마음에 담아뒀던 시인은 다시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그간 쌓아뒀던 말과 마음을 시집에 풀어놓았다.
'안녕, / 왼발의 수고를 덜고 싶었으나 오른발을 삐었어 / 맘대로 안 되니까 살아가는 거야 // 다시 인사할 수 있는 그 날을 위하여 // 안녕, 이제 정말 안녕'('안녕' 부분)
문학과지성사. 121쪽. 9천원.
▲ 퍼스트 러브 = 지난해 나오키상을 받은 시마모토 리오의 장편소설.
17세에 데뷔해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네 번, 나오키상 후보에 두 번 오른 시마모토는 엔터테인먼트적 장편 집필을 결심한 이후 발표한 이 소설로 문학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나오키상을 거머쥐었다.
미모의 아나운서 지망생 칸나가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다.
1인칭 화자이자 임상 심리 전문가인 유키는 출판사로부터 사건의 논픽션 집필을 의뢰받고, 피의자의 국선변호인이자 시동생, 오래전 친구인 가쇼와 함께 칸나의 과거를 추적한다.
시마모토는 소설의 인물들이 어린 시절 겪었던 왜곡된 애정과 무책임한 방임을 살인 사건의 표면 위로 올리면서 이들이 과거와의 진정한 화해로 나아가거나, 또는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을 세밀하게 담아냈다.
김난주 옮김. 해냄출판사. 360쪽. 1만5천원.
▲ 꽃이 되어 = 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은 김경원이 성인이 되고 3년 만에 낸 두 번째 시집.
시인에게 시는 혼자 끄덕이며 속에 있는 아픔을 비워내는 수단이었다.
그런 그가 쓴 시를 눈여겨본 그의 친구들은 다음스토리펀딩 '널 위해 우리는 별이 될 수 있을까'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석'이라는 책을 탄생시켰다.
그는 시를 통해 민들레 홀씨가 되어 친구뿐 아니라 세상 어디선가 버거운 인생을 견디는 이들의 마음속에서 꽃으로 피어난다.
'씨앗을 퍼트리는 / 민들레 홀씨처럼 // 작은 씨앗으로 하여금 / 어딘가에 꽃 피우기를 // 민들레야, 민들레야 / 바람에 흩날려 어디론가 날아가 / 누군가의 마음에 예쁜 꽃 피어줘'('민들레 홀씨처럼' 중)
푸른길. 176쪽. 1만1천원.
▲ SF는 공상하지 않는다 = 문학평론가 복도훈의 국내 최초 SF 문학 평론집.
그간 전무하다시피 했던 한국 SF 문학의 비평을 주제로 한 국내 최초의 단행본으로서 그 의미가 특별하다.
이 책은 SF의 의미를 되짚고 무중력 서사로 일컬어지는 텍스트들을 본격 비평의 대상으로 삼은 첫 시도다.
1부 '과학소설, 새로운 리얼리즘', 2부 '한국 과학소설의 여러 면모', 3부 '미래 없는 미래의 이야기들', 4부 '이 지상의 낯선 자들'로 구성돼 있다.
본격 문학과 장르 문학을 넘나들며 활동해온 복 평론가는 이번 평론집에서는 본격 문학 쪽 SF에 많은 관심을 뒀지만, 차후에는 장르 문학 영역의 SF에도 주목하려 한다.
은행나무. 420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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