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도그 먹다 버린 냅킨…美 26년전 살인사건 해결
1993년 사건 현장서 채취한 DNA와 일치
(서울=연합뉴스) 김성용 기자 = 미국 미네소타의 한 남성은 지난달 하키 게임을 보며 핫도그를 먹고 있었고 냅킨으로 입을 닦은 뒤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장기 미제 살인사건을 추적해 온 미 수사관들이 그간 기다려 온 순간이었다.
특히 수사 당국은 1993년부터 미제로 남겨져 있던 살인사건과 관련해 이 남성을 용의자로 추적해 왔고 쓰레기통에서 냅킨을 찾아 사건과의 연관성을 캐기 위해 DNA 조사를 벌였다고 법원 자료를 인용해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제 살인사건 용의자인 제리 웨스트롬(52)은 지난주 미니애폴리스 경찰국에 체포됐다. 웨스트롬은 26년 전 미니애폴리스 한 아파트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여성 진 앤 차일즈(35)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웨스트롬은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고 수사 당국은 전했다.
'미니애폴리스 스타 트리뷴'에 따르면 연방 및 지방 수사 당국은 용의자를 특정하기 위해 족보 사이트(혈통 관계 추적)를 활용했고 부인과 세 자녀를 두고 미네소타주에 사는 사업가인 웨스트롬의 DNA 샘플을 은밀히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이런 수사 기법은 지난해 수십년간 캘리포니아에서 강도·강간·살인을 저질러 온 '골든 스테이트 킬러' 사건 용의자를 검거하는데 온라인 족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이후 널리 알려지게 됐다. 계보 사이트 추적 기법은 워싱턴주와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용의자를 검거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이런 기법은 유산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자신의 DNA를 제공한 일반인의 유전 정보를 활용하는 데 대한 윤리적 우려도 제기된다.
유전 정보를 업로드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DNA 정보가 수사 당국이 가계 혈통을 추적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모르고 제공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골든 스테이트 킬러 사건에서 활용된 계보 사이트인 'GED 매치'는 수사기관이 살인 및 성폭행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개인 프로파일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공개하기 위해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갱신했다.
유전자 테스트 기업의 하나인 '패밀리트리 DNA'는 최근 DNA 정보를 연방 수사관들과 공유한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며 고객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최근 수년간 1천500만명 이상이 자신의 DNA 정보를 온라인 계보 서비스 사이트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중 일부로 보이지만 관련 프로파일은 미국 내 DNA 사이트의 주요 고객인 미국 백인의 60%를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특정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수년 내에 유럽 혈통의 미국인 중 90%가 자신의 DNA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특정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수사관들이 살인사건 현장에서 채취한 DNA를 지난해 계보 웹사이트에 입력해 두 명의 용의자를 찾아냈고 이중 한명이 웨스트롬이다.
지난달 수사관들은 웨스트롬을 추적했고 하키 게임장에서 버린 냅킨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살인 현장에서 채취한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k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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