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았지만 성질 다른 분자 '선택 합성' 길 열어

입력 2019-02-19 01:00
닮았지만 성질 다른 분자 '선택 합성' 길 열어

기초과학연구원 "거울상 이성질체 난제 해결…신약 개발 도움"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거울에 비친 것처럼 닮았지만 성질은 완전히 다른 '거울성 이성질체'를 선택적으로 합성하는 길이 열렸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분자 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장석복 단장과 박윤수 연구원이 2개의 거울상 이성질체 중 한 종류의 분자만을 합성하는 촉매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자연계의 많은 분자는 자신과 똑 닮은 쌍둥이를 갖고 있다.

원소 종류와 개수가 같아도 서로 완전히 다른 성질을 나타낸다.

쌍둥이 분자가 서로를 거울에 비친 모습과 같은 형상을 띈 경우를 거울상 이성질체라고 한다.



거울상 이성질체는 왼손과 오른손처럼 서로를 거울에 비춰보면 같은 모양이지만, 아무리 회전시켜도 겹칠 수 없다.

이런 특성은 의약품 개발에 매우 중요하다.

유전자(DNA)나 단백질 등 생체물질에 거울상 이성질성이 있어서 약물 유형에 따라 각각 다른 생리활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한쪽 유형이 유용할지라도 다른 유형 이성질체는 독약이 될 수도 있다.

유용한 이성질체만을 선택적으로 합성하는 비대칭 반응(asymmetric synthesis)은 현대 화학 난제로 꼽히고 있다.



연구진은 카이랄 다이아민(Chiral Diamine) 골격을 포함한 이리듐 촉매가 99% 이상의 정확도로 거울상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개발된 촉매는 필요에 따라 카이랄성 감마·락탐을 골라서 합성할 수 있다.

왼손잡이 성 이리듐 촉매를 사용할 경우엔 왼손잡이 성 감마·락탐이, 오른 잡이 성 이리듐 촉매를 사용하면 오른손잡이 성 감마·락탐을 제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높은 선택성의 원인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예컨대 왼손잡이 성 촉매를 사용했을 때 락탐 합성과정에서 카이랄 다이아민 촉매와 탄화수소화합물 사이에 일시적인 수소 결합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왼손잡이 성 락탐 형성이 촉진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촉매를 이용해 탄화수소화합물을 의약품 필수 재료인 카이랄 락탐으로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합성 카이랄 락탐은 독특한 입체적 특성 때문에 생체 단백질과의 상호작용이 유용하다.

장석복 단장은 "한마디로 약효를 갖는 의약품의 핵심 단위만 선택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유기합성 및 의약 분야 연구로 이어진다면 부작용을 덜고 효과는 높인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를 담은 논문은 네이처 카탈리시스(Nature Catalysis) 19일 자(한국시각) 온라인판에 실렸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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