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물 떠난다" 젊은 예능 PD들 지상파 이탈 러시

입력 2019-02-18 15:24
"고인 물 떠난다" 젊은 예능 PD들 지상파 이탈 러시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지상파 젊은 예능 PD들의 타사 이적이 급증하고 있다.

과거에는 무게감 있는 중견 PD들의 이탈이 한두 번씩 있었다면, 최근에는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던 젊은 PD들의 이동이 급속화해 가뜩이나 여러 기근에 시달리는 지상파의 앞날이 더 어두워진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해 본격적으로 두드러졌다.

가장 공격적으로 PD 영입에 공을 들이는 곳은 TV조선과 MBN이다.

TV조선은 '동상이몽' 시리즈를 연출했던 SBS 출신 서혜진 PD를 국장으로 영입해 '아내의 맛', '연애의 맛' 등을 연달아 히트하며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은 데 이어 KBS 출신의 정희섭 PD, MBC 출신의 이병혁, 문경태 PD도 데려왔다.

TV조선은 아예 "지상파 3사 출신의 예능 PD들을 중심으로 예능 프로그램 자체 제작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공언했다.

18일에는 KBS 출신들의 연이은 MBN행 소식이 알려졌다.

KBS 예능국장 출신으로 지난 30여년간 '전국노래자랑', 'TV는 사랑을 싣고', '체험 삶의 현장', '슈퍼선데이' 등 굵직한 프로그램들을 연출해온 박태호 PD는 MBN 제작본부장을 맡아 프로그램 제작을 총괄할 예정이다.

그는 "20~49세를 위한 프로그램, 젊고 감각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같은 날 KBS 2TV 간판 예능 '해피선데이-1박2일'을 지휘해온 유일용 PD도 MBN으로 이적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유 PD는 MBN 자회사인 스페이스 래빗으로 이적해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제작에 돌입할 예정이다.

유 PD는 "무한한 시공간을 탐험하고 개척하는 마음으로 참신한 콘텐츠를 계발해 MBN과 시청자에게 설렘을 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같은 젊은 PD들의 연이은 이적은 지상파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지상파 소속'이라는 안정감이 더는 제작자들에게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분별력이 없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라며 "작품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지상파에서 각종 제약을 받으며 시청률 2%짜리 작품을 만들기보다 차라리 자유로운 환경에서 5%짜리를 만드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적을 선택한 젊은 PD들은 높은 연봉을 고려해 이동을 결정하는 것도 아니라는 후일담이 이러한 분석에 힘을 보탠다.

이 관계자는 "젊은 PD들에게 대우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유로운 창작과 실험일 수 있다"며 "지상파가 이를 보장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평생 보장' 되는 직장도 버리고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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